[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by YT

각각의 존재는 과거의 기억과 반추된 기억의 감상으로 적당한 수분을 품어 풍성하지만, 이런 풍성한 개인이 관계의 場으로 넘어서며 서걱거린다. 이것은 시간의 빛이 만든 표면 증발로 인한 것이다. 50대 초, 중반으로 설정된 주요 등장인물(클라리사, 피터, 샐리, 댈러웨이 등)의 젊은 시절의 에너지에는 두터운 세월의 딱지가 앉았고, 이제는 화학적 결합으로 뭉쳐지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모든 열정은 잠재태로 그들의 내부에만 머물 뿐이다. 등장인물 중 피터의 껍질만이 다소 얇을 뿐인데, 사실 그에게도 젊은 시절이라면 절대 없었을 망설임과 두려움에 덮여있다. 소설 속에서는 오직 셉티머스만이 자신의 존재에 온전히 머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관계의 확장 속으로 던져져 부서져 버린다.

젊은 시절 개인의 열정은 늘 밖을 향하지만, 시간은 점점 그 열정을 안으로 돌려세운다. 그래서 점점 과거의 관계에는 두터운 막이 쳐지는 것이다. 머리는 그렇지 않은데, 가슴은 이미 차갑게 식어 서늘한 관조의 어두운 빛을 발산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조의 바탕을 이루는 이해타산/계산의 정신이 깨지고, 오랜 기간 가라앉아 있던 에너지가 관조의 울타리 밖으로 터지면 그때는 정말 매우 소설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열정-시간-관조’의 순환이 존재 속에 만들어지고, 그런 존재들의 관계는 대나무 숲처럼 서로 서걱거린다는 이야기를 [댈러웨이 부인]에서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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