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열쇠는 없다

인간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법

by 예온 YeOn

몇 년 전 미국에서 자동차 문을 그냥 활짝 열어둔 채 주차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도둑들이 물건을 훔치기 위해 차창을 깨거나 문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니, 차라도 온전한 상태로 지키고 싶어서 일부러 차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 봐요. 이 차에는 훔쳐 갈 만한 물건들이 없다고요. 말 그대로 ‘웃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 문을 부수고 훔쳐 갈 만한 것을 찾는 도둑의 심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갈구할 때가 있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짙게 선팅 된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다. 비밀번호는커녕 손잡이를 찾을 수 없어 잠긴 마음 밖에서 내내 서성여야 했었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의 마음을 부숴서라도 속내를 알아내려 했다. 차라리 일부러 문을 활짝 열어놓은 차처럼 ‘내 마음에는 너를 담을 자리가 없어’라고 솔직히 말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나는 있는 힘껏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알고 싶어. 당신의 진심을. 그 안에서 내가 가져갈 만한 진실이 있는지. 그는 쉽게 들키고 싶지 않아 했고, 그럴수록 더 강하게 요구했다. 말해보라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사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입었다. 평범했던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멍든 주먹, 부서진 마음만을 서로에게 남긴 채. 그걸 내내 속상해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의 꼴이 다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는 걸. 그런데 내 기준에서 옳고 그름을 나누고, 은연중에 타인도 나와 같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리는 게 조금은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관계는 그렇게 속을 알 수 없는 채로 끝이 난다. 또는 나의 속을 보여주지 못한 채로 끝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억지 노력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물이 흘러가듯 잠시 가까워졌다가, 때가 되어 멀어지기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뒷면이 들키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해받을 이유가 없는 나의 면면들, 굳이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호감이든 미움이든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도 그 마음을 돌리려 애쓰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사랑으로 대해줄 때 감사함을 느끼고, 그 태도가 돌변한다고 해서 서글프지 않다. 이런 나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정 없다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게 ‘나’다. 나는 그저 서로의 마음이 활짝 열려있을 때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우려 한다.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같은 건 없다. 각자가 스스로 열어줄 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닫힌 마음 밖에서 서성이거나, 내 마음을 모두 열어 보이며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 인간관계를 귀히 여기는 것도 좋지만, ‘나’를 잃어가며 유지하는 인연은 의미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는 일이다. 아무도 멍든 주먹과 부서진 마음을 남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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