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은 계속되어야 한다
"연재 요일을 바꿨다!"
MBTI 유형 중 ‘INTJ’에 속하는 나는 게으르긴 해도 비교적 계획적인 인간이라서 정해진 루틴대로 생활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어릴 때 방학을 시작하면 생활계획표부터 짰다. 빈 도화지에 컴퍼스로 동그라미를 그린 후 시간대별로 해야 할 일들을 적어 넣었다. 크레파스로 알록달록 색칠한 생활계획표를 벽에 붙여 두고 긴 방학을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그걸 끝까지 지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고. 계획은 실행 전에 가장 재미있다.
내가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했던 이유는, 체계적인 글쓰기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계획은 좋아해도 다소 게으른 성향을 지닌 나의 등을 떠밀어 줄 장치가 필요했다. 내 글을 쓸 시간이 없다는 닳고 닳은 핑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착실하게 글을 쌓아 올렸다. 그런데 연재 요일은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초조하게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를 바라보다가 결국, 연재 요일을 슬쩍 뒤로 미뤄두고 시간을 벌기로 했다. 긴 방학 동안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서 불편하게 바라보던 생활계획표가 다시 떠올랐다.
대개 성공한 작가들은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소설 쓰는 하루_작가의 루틴>이라는 책을 선택한 이유도 '작가'와 '루틴'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두 가지 모두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7명의 소설가가 '루틴'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며, '루틴'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짜 맞추는 생활계획표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것은 어떤 틀에 나의 인생을 구겨 넣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생활'의 모서리를 조금씩 맞춰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지도록. '쓰는 사람'으로 오래 남기 위해 자기만의 루틴을 찾아가는 소설가 7인의 이야기는, 역시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같은 목적지라도 여러 갈래의 길로 이루어져 있으니, 지금 내 길을 의심할 필요 없다고.
지금까지도 방학 때 생활계획표를 그리는 마음으로 나에게 맞는 루틴을 쌓아 올리다가 번번이 무너뜨리고 있지만, 루틴 있는 생활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렇기에 약속 날짜를 조금 미루고서라도 연재 브런치북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쓰는 루틴을 이어가고 싶었다. 누구라도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포기가 없으면, 아직 ‘실패’도 없다. 여기까지 브런치북 연재요일을 미룬 것에 대한 장황한 변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