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0개의 키보드》를 관람하며
2025년 SPAF(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공연 중 하나, 아수나의 《100개의 키보드》를 관람했다.
100대가 넘는 토이 키보드로 펼치는 라이브 퍼포먼스, 동일한 주파수와 음파가 결합되며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다.
[관람/ 퍼포먼스]
중앙을 기점으로 키보드가 펼쳐져 있고, 관객은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한 명의 아티스트가 여러 개의 소리를 어떻게 동시에 낸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막대를 꽂아 소리를 고정시켜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반과 후반은 '수미상관'구조이다. 막대기를 꽂아서 모든 키보드가 소리를 낸 다음에는 다시 하나씩 제거한다. 따라서, 극의 초반과 후반(키보드가 내는 소리가 작을 때)에는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대신 공연 시작 전과 소리가 쌓였을 때는 자유로웠다.
[조명]
조명은 여타 공연들에 비해 단순했다. 위에서 아래로 쏜 메인 조명 하나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고정되어 있었으며, 첫 시작과 마무리에 On/Off 정도의 조정이 있었다. 정 가운데에 있는 무드등 느낌의 조명은 모든 키보드들의 전원을 뜻한다는 듯이 놓여 있었다.
[무대/미술]
관객이 자유로이 돌아다녀야 하는 공연이다 보니, 단차가 있는 흔히 아는 '무대'라기보다는 강당 바닥 정도로 생각되는 곳에서 진행되었다. 다만, 예쁜 설치 미술 전시를 온 듯한 기분을 불러올 정도로 키보드들의 행렬이 아름다웠으며, 주위에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나만 그렇게 느낀 것 같지는 않았다.
괜히 상징적이다 싶어서 찍은 <마지막 키보드>다. 매번 다른 순서로 막대기를 꽂고 뺄 것을 생각하면, 괜히 오늘의 마지막 키보드를 기록해두고 싶었다. 빨간 키보드가 가장 마지막까지 소리를 낸 키보드이다.
조화, 그리고 실시간성
이 공연을 보고 '조화'에 대해 생각했다.
키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단한 기술이나 오랜 연습 대신, 자기 소리를 적절한 볼륨으로 내게 하는 것. 매우 사려 깊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 우리 삶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다.
내가 공연을 애정하는 이유는 실시간성과 조화 때문이다. 지금 본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장면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느낌, 그리고 그 순간을 알기에 떨고 있는 마음들의 조화.
이 공연은 그 둘을 가장 직관적으로 선보이는 공연이었다. 누군가의 추억이 묻었을 키보드들이 각자 소리를 내어 세상 소음을 가리는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옛 주인들은 여기서 이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이전에 봐온 공연에서의 시행착오는 연습 과정에 있다면, 이 공연은 키보드들의 과거가 시행착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