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여행을 떠나는 극작가 - 용기에 대하여
* 스포가 될 만한 내용은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짧은 소감]
공연장에 있는 모두에게 어떠한 용기가 필요했다.
리허설 없는 연극, 대본을 처음 받은 배우에게도,
비움의 미학으로 어떠한 음향이나 특별한 조명 없이 이끌어야 하는 연출가에게도,
때로는 무대 위에 올라가 몸을 움직이고, 뭔가를 받아 적고, 선택해야 하는 관객에게도.
선택이 불러올 여느 결말과, 작은 발음 실수 따위는 개의치 않아야 하는 모두에게!
박호산 배우님
연기에 내공이 깊은 배우가 이끄는 걸 보고 싶었다. 처음 연출가분께서 극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시고는 들어가는데, 배우가 한 번도 무대의 모습이나 어떤 이야기인지 등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진짜로 바로 하는 것이 흥미를 끌기에 좋았다. 대본에 없는 말이더라도 재치 있게 풀어내는 대사들이나, 관객의 참여를 유도할 때 자연스러워서 이 배우님으로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극작가, 낫심 술리만 푸어
이란의 극작가로, 강제 군 복무 거부로 여권 폐지되었고, 글로써 전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정한 사람이다. 이런 본인의 이야기가 배우에게 전하는 말로 글에 드러나있다. 극은 이 사람의 목소리로 전달되며, "이렇게 하세요."라는 글을 배우가 읽어 가며 진행됐다.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이 극에서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곳곳에 던져둔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간단히 소개하면 가능성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런 말을 한다.
"삶은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향하는 자살이다."
원형 극장, 세종 S시어터
원형 극장 위에 사다리, 의자, 테이블, 물병 등이 준비된 채로 비움의 미학이 느껴지는 세트였다. 간혹 원형으로 둘러앉아 관람하는 극을 보는데, 특히 이 극은 관객의 참여로 이루어지기에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이 재미를 더했다.
[음향/ 영상]
없음.
항상 좋은 공연을 보면, '이 공연을 베리어프리로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한다. 실시간으로 행동이나 차림새를 묘사 하여 설명하기에는 관점에 따라 누구에게 집중하는지가 천차만별일 듯하고, 그렇다고 촉감이나 영상을 사용하기에는 극이 가진 매력을 오히려 해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어떤 공연은 억지로 Barrier-Free화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 있겠다. 결국, 목적은 모두에게 매력적인 공연으로 남는 것이기에.
나에게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해도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하고 싶은 것과 싫은 것을 담차게 구분하는 용기가 필요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