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떤 건물이야?”
“지붕 꼭대기에는 새를 둘 거야. 지붕선은 물결처럼, 양쪽으로 긴 울타리를 지나 입구에 도착했으면 좋겠어.”
“벽지 색은 눈이 편안한 초록색이 좋을까, 포근한 분홍색이 좋을까? 아니면 입시장 같은 분위기?”
“홀을 여러 개 만들면 어때?”
“우리에겐 여러 공간이 필요하지.”
대학 시절, 동기와 나눈 이야기이다.
하루 종일 춤을 추고 지친 몸으로 종이와 연필을 챙겨 24시간 카페를 찾았다.
눈 밑은 퀭했지만 그 시간만큼은 반짝였다.
서로의 상상을 공유하던 시간.
늘 아쉬움에 해가 떠올랐다.
이젠 상상을 누군가에게 선 듯 털어놓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길을 걸으며 건물을 상상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상황들을 생각하는건 여전하다. 판타지의 끝을 마무리짓기 위해 목적지 주변을 뱅뱅 돌기도 한다.
예전엔 꿈을 그리기 위함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를 잊기 위해 상상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누군가 게임에 집중하거나 목적지 없이 달리는 것처럼 말이다.
당시 ‘열정’이라는 단어만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었다. 지금 그 시절을 회고하는 것은 어쩌면 좀 더 똑똑한 방법으로 그 열정을 되찾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너의 장르는 바뀌었니.
보고싶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