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약국'을 읽고

진정한 사랑은 하나일까

by 독나리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 인순 역.


약국이란 제목을 보고 무얼까 종이 약국이라니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배를 센강에 정박해 놓고 책을 파는 서점이다. 오는 손님마다 그에게 맞는 책을 선택해 준다. 책은 읽는 때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젊었을 때 읽는 것과 나이 들어서 읽는 것은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또 감정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 그는 그런 점을 파악해서 책을 골라준다.


약국에는 많은 아픈 사람들이 온다. 아픈 사람은 보통 마음이 약해있다. 따뜻한 마음으로 들어주고 진심을 기울여 약을 설명하고 권해주면 고마워한다. 여기 종이 약국의 주인이 그렇다. 따뜻하게 들어주고 선택해 준다. 그는 자기의 처방을 가지고 와서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 나름의 처방으로 책을 선택해 준다.


이 서점주인 페르뒤에게는 5년 동안 같이 사랑했던 마농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말도 없이 전 남자에게 돌아가 버렸다. 그 일에 큰 충격을 받아 세상과 단절하고 이렇게 배를 타고 떠돌며 20여 년을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살고 있다. 가끔 그는 생각한다. '나에게 삶의 노래를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 줄 책은 없는 걸까?' 보통 자기 병은 자기가 못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주인공은 가슴 아픈 사연을 껴안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 병만 고치려 하고 있다.


마음을 꽁꽁 묶어 버렸던 페르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연한 계기로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많은 일이 이렇게 늦게 알게 되는지 안타깝다. 그녀는 이미 페르뒤와 헤어진 바로 그 2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그 곁을 떠난 것이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마농의 일기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랑이 진실하기 위해서 꼭 한 사람에게만 제한될 필요가 없다는 건 충격적인 체험이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아! 그래 그럴 수 있겠다. 후에 페르뒤가 죽은 마농이 찾아간 그 남자를 만났을 때 마농이 그에게 간 것을 이해하게 된다 루크라는 그 남자를 옆에서 겪어보고는 깨달은 것이다.


같은 배를 타고 가던 젊은이의 말이다.

"끝과 새 출발 사이에 중간 세계가 있다는 거 알아요? 장 페르뒤, 그건 상처 입은 시간이에요. 그 시간은 늪이고 그 속에 꿈과 근심과 잊힌 계획들이 쌓여 있어요. 그 시간 동안은 걸음걸이가 갈수록 무거워지죠. 이별과 새 출발 사이의 그 과도기를 과소평가하지 말아요. 서두르지 말아요. 그런 문지방들이 한걸음에 넘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넓을 때도 간혹 있어요." 끝과 새 출발 사이의 과도기가 길었으나 주인공은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좋은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오는 한 문장을 덧붙인다.

'자유는 요구한다. 내가 나를 문제 삼아 부끄러워하면서도 갈망하는 모든 삶을 누리는 삶을 자랑스러워 하라고. 내가 발을 굽어볼 수 없을 정도로 늙게 되면 우리가 체험한 모든 걸 회상하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모두가 이루어내고 싶어 하는 삶이다. 그러나 얼마나 어려운가!

작가의 이전글의미 있는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