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여행

by 독나리

높고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이 가을을 알려주는 화창한 날이었다. 조금만 회상해 보아도 웃음 짓게 되는 여고시절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 졸업 00주년 기념여행이다. 오랜만에 보게 되는 친구 서먹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조금은 있었다. 그러나 000주년 기념관 앞에서 우리를 싣고 갈 차를 기다리며 우리 모두는 활짝 핀 얼굴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학교와 우리가 한 덩어리가 되었다. 우리의 여행지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며 역사의 흔적이 깃들어 있는 강화도다.


김포를 지나 구름사이로 떼 지어 날고 있는 갈매기를 보다 보니 차는 드디어 강화도로 들어선다. 창가에 비추이는 풍경들이 옆친구에게 참을 수 없이 말을 걸게 한다. "저 하늘빛 좀 봐" "저 구름 좀 봐" 친구들과 함께 이기에 더욱 달뜬 소리를 지른다.


'용흥궁'이 처음 도착한 곳이다. 좁은 길을 따라가니 철종의 흔적을 발견한다. 함께 와글와글. 철종도 외롭지 않았겠다.

뒤돌아 나와 '고려궁지'를 향해 오른다. 길의 경사가 만만치 않았으나 친구들과 같이 하니 만만한 길이 된다. '고려궁지' 천도 2년 후 1234년에 세운 궁궐이란다. 높은 계단을 올라 승평문을 지나니 외규장각 건물이 보인다. 조선정조 때 지은 왕실도서관으로 儀軌들이 보관되었던 곳 그곳에서 발길이 머문다. 여러 의식을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 보관해 놓았다는 곳. 그 책이 보고 싶어 진다.

다음은 단청이 아름다운 한옥성당인 '성공회강화성당'을 둘러본다. 그 앞에 모두 모여 사진 한 장.


점심시간이다. 임원들의 노력으로 잘 선택된 한식당에서 속을 든든히 하고 1933년 세운 '조양방직공장' 터로 들어선다. 폐공장을 다듬어 놓은 곳이다. 이곳에 보존되어 있는 물건들은 긴 세월을 살아온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중 내 눈에 들어온 것 하나 코티분곽 오래전 울 엄마도 썼던 것. "아 저거 난 아직도 가지고 있어" 한 친구 반갑게 소리친다. 정원에는 옛날 우리 집 마당에 피어있던, 이름도 정겨운 꽃들이 사방에 피어있어 이곳이 친근해진다. 그곳에 자리한 화려한 대형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하고 일상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그곳을 나와 "고인돌"을 찾아간다. 연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하늘거리는 하얀 억새를 곁에 두고 언덕을 오른다. 고인돌이 보이는 광활한 푸른 들에 발을 들여놓으니 저절로 호흡이 깊어진다.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리는 친구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그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한 순간 튀어 오르는 개구리를 보고는 우리도 개구리와 같이 뛴다. 순간의 즐거움이다.

다음은 '연미정'을 향한다. 월곶돈대를 지나니 유형문화재인 정자가 보인다. 강이 보이는 정경에 눈이 화악 트인다. 그 곁을 지키는 500여 년 되었다는 느티나무를 보니 긴 세월 서있던 나무의 위용을 체감한다. 역시 모든 것은 연륜이 있어야 그 품위가 우러난다.


그러고 보니 오늘 여행은 대부분 가슴이 트이는듯한 푸르고 넓은 곳이다. 누군가 말한 집안여행에서 튀어나와 몸과 마음을 활짝 펴볼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하루였다. 올해 졸업 60주년 이렇게 즐기고 다시 또 언제 만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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