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이 있다. 그녀는 이모님이 진료받으시는 병원에 동행하기로 했다. 딸은 지방에 있고 두 분은 연로하셔서 병원에 가서 의사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셨다. 그녀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그래도 그녀가 조금은 젊으니 의지하고 싶으신가 보다. 지하철 갈아타고 셔틀버스 타고 한 시간가량 가면 된다. 그런데 지하철 내려 셔틀 타러 가느라 두리번거리는데 알지 못하는 한 뚱뚱한 아줌마가 그녀에게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다. 무어지, 그런데 그 아줌마 말한다. "저기요 그 머리 가발이시죠?" 하는 거다.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가발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있기를 바라며 외출하는 동안에도 볼 일이 없어도 때때로 화장실을 들러 머리를 가다듬고 하곤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는 "저도 가발을 쓰려하는데요 쓰고 계신 가발이 예쁜데 어디서 샀어요?" 아무리 알고 싶어도 그렇지 그걸 대놓고 물어보는 저 용기. 얼마나 얄밉던지 ''오래돼서 생각이 잘 안 나네요' 한 마디하고는 돌아보지도 않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왔다. 실은 어디인지 그 상점이름까지 명확히 알고 있는데 말이다. 여하간 기분이 상했다.
허긴 그녀도 지나가는 사람이 입은 옷이 아주 마음에 들 때 그거 어디서 사셨어요 하고 묻고 싶은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다가가서 모르는 사람 붙들고 묻기는 좀 껄끄러워 그냥 지나친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옷과 가발은 조금 다르다. 가발은 감추고 싶어 하는 종류가 아닌가 말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도 가발 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몇몇은 알고 있을 수도 있었겠으나 여하간 서로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가 먼저 가발임을 말하게 되었다. 다들 너는 가발인지 모르게 잘 맞는다고들 했다. 그것을 그대로 믿지는 아닐지라도 조금은 믿기로 하고 몇 년째 가발을 하고 다닌다. 실은 그녀는 전체가발을 해야 할 정도로 머리숱이 아주 적지는 않다. 우연한 기회에 한 번 써보았는데 아주 편했다. 외출 시 구르프도 말고 드라이하는 등 이것저것 하지 않고 그냥 머리에 가발을 얹기만 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 편리함에 가발을 사용 안 할 수가 없었다. 집에서 가발안한 모습을 보고는 그녀의 딸은 가발 하지 말고 파마하고 구르프 말고 다녀하고 몇 번 말한다. 그러나 그녀의 가발사랑은 멈출 수가 없다. 그녀가 보기에도 가발이 예쁘다. 그런데 오늘 그 아줌마가 그녀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도 알정도면 많이들 알겠구나. 기분이 엉망이다. 셔틀 타는 곳으로 가서는 조금 기다리다 타고는 병원에 도착했다. 늦으면 안 되겠기에 집에서 일찍 출발했더니 약속시간 한 시간 전이다. 병원 로비 벽에 전시하고 있는 자그만 미술품전시를 둘러보다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그녀의 믿음이 하나 깨졌다. 그녀의 위장술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무너졌다.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