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음악은 시간 위에 그려지는 가장 순수한 선이다.
형태도 없고, 색도 없지만, 들리는 동안만큼은
그 어떤 말보다도 진실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예술이다.
클래식은 설명이 필요 없는 장르이다.
작곡가의 생애나 악곡의 형식보다 앞서는 것은,
단 하나의 음이 불러오는 감정이다.
나에게 음악은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기쁠 때도, 울고 싶을 때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순간마다
조용히 흘러나오는 선율은 나의 감정에 스며들었다.
피아노의 여린 스타카토가 마음의 틈을 두드리고,
첼로의 느릿한 비브라토가 오래된 기억을 흔들었다.
악보 속 음표보다, 그 사이에 머문 쉼표와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겹쳐지는 푸가처럼 복잡했던 기억들,
루바토처럼 흔들리던 마음,
단조의 전조 위에 남겨진 후회의 잔향까지
그 모든 감정이 음악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분석하지 않는다.
다만, 그날의 감정이 음악을 만나
어떤 색으로 피어났는지를 조용히 따라갈 뿐이다.
그래서 나는, 사계절을 따라 떠올랐던 감정의 순간들을
조용히 적어 내려가 보기로 했다.
겨울의 고요함에서 시작해,
봄의 흔들림, 여름의 진심, 가을의 이별까지.
음악은 그 모든 계절을 통과하며 나의 마음을 비추었다.
소리는 흘러가지만, 감정은 남는다.
그 감정은 언젠가, 당신의 어느 날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사라진 소리의 여운을 따라 적어 내려간,
나의 오래된 낡은 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