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잔향

여름

by 윤 한

수많은 모래알들이 밤하늘을 비춰주는 어느 날

찬란한 별똥별이 내 세상에 떨어진 날

너를 품에 안고 시간의 지평선을 향해

별들을 넘어 다녀

하지만 태양이 없는 별들은 그저 한 점일 뿐

바다로 들어가, 너와의 사랑이 식어가도록




여름은 모든 것을 비춘다.

햇살 아래 감정조차 낱낱이 드러난다.

누군가를 마주해도,

나는 자꾸 눈을 피했다.

말을 건네려다

이미 익숙한 표정을 떠올리고,

웃으려다

예전의 웃음을 떠올렸다.


누구를 만나도 결국,

마음은 너에게 닿았다.

그러니 차라리

아무도 만나지 않는 쪽이 덜 아팠다.


사람들은 이 계절이 설렌다고 말하지만

나는 자꾸 걸음을 늦췄다.

햇살은 높고, 하늘은 멀고,

어딘가 마음을 숨길 그늘 하나 찾기 어려웠다.

말이 가볍게 흩날리는 바닷가에서,

나는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사소한 웃음과 얕은 대화가 끝나고 나면,

그 너머엔 늘 너였다.


새로운 눈빛을 마주해도

그 안에서 나는

네가 남긴 잔광을 보았다.

감정은,

한 계절을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망각은 생각보다 더디고,

기억은 생각보다 선명하다.

결국 누구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나는 혼자 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모래알처럼 무수한 감정이 있었지만,

하나도 내 것이 아니었다.

바다는 격렬하게 출렁였고

나는 더 깊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마침내, 파도 소리만 남은 오후.

나는 여름의 끝에서

사랑이 식어가는 속도를,

고요히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