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 Bach : Zion hört die Wächter singen, BWV 645 (From Cantata Wachet auf, ruft uns dis Stimme, BWV 140)]
계절은 다시 겨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낙엽은 거의 다 졌고, 거리는 조용했다.
바람은 더 차가워졌지만, 마음은 어쩐지 덜 아팠다.
그날도 익숙한 버릇처럼 음악을 틀었다.
바흐의 BWV 645.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오는 그 첫 오르간의 울림이 방 안을 천천히 채웠다.
이 곡은 내게 끝의 음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닫힌 문이 아니라,
아주 오래 머문 감정을 조용히 떠나보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짙은 정서를 품은 선율이지만, 어딘가 맑고 환했다.
애도도, 기쁨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감정.
마치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보며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게 되는 순간처럼.
음악은 말없이 말을 걸어왔다.
“깨어나라”라는 숨은 목소리는 여전히 들렸지만,
그 울림은 처음 들었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들렸다.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보다, 그 모든 여정을 잠시 멈추어 되짚는 시간이었다.
바흐의 코랄 전주곡은 그 조용한 정리를 도와주는 음악이었다.
마치 마지막 장을 덮기 전, 손끝에 남은 체온처럼.
겨울은 끝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시작을 품은 계절이다.
멈춘 것 같은 풍경 안에서 오히려 감정은 더 선명해진다.
바흐의 이 곡은, 내게 처음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음악이었다.
겨울의 첫 장에서 들었던 그 선율은 이제 다른 표정으로 다가왔다.
같은 멜로디지만, 전혀 다른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잊히지 않은 이야기이자, 사라지지 않은 마음이었다.
이별이 있기에 사랑은 완성된다.
그리고 음악은, 그 완성의 순간까지 함께한다.
여운은 늘 마지막에 남는다. 때로는 그 여운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한참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곡은 끝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음악이라는 것을.
밖은 이미 겨울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처음의 자리에 서 있었다.
낯설지 않은 공기, 어딘가 익숙한 침묵, 그리고 잊히지 않는 하나의 멜로디.
사계절을 돌고 돌아, 다시 이 자리에 왔다.
이제야 비로소 알겠다.
모든 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다만 내 안의 자리를 바꿨을 뿐이라는 것을.
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기억도, 감정도, 음악도 모두 그대로였다.
다만 더 조용하고, 더 단단하게, 내 마음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기 전,
문득 창밖을 올려다보았다.
하얀 하늘 위에, 반짝이며 나란히 떠 있는 두 개의 별.
아, 그러고 보니 두 별은 여전히 함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