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건강한 아들 (에피소드 1)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기도했다.
'공부 못해도 괜찮으니 제발 건강한 아이를 낳게 해 주세요!'
'다른 거 다 필요 없어요. 손가락 발가락 10개 다 있고 정상적으로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 주세요.'
나만 너무 간절히 빌었나?.....
분명 다른 엄마들도 이렇게 기도하는 것 같던데... 왜 나에게만.....
이렇게까지 기도가 먹힐 줄 몰랐다.
건강하게만 자라는 아들이 드디어 고등학생이 되었다. 초등, 중등 때와 달리 수행도 챙기고 학급임원 선거에도 나가고 나름 열심히 분주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흐뭇하기도 했고 기대도 되었다.
드디어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날.
그래, 저렇게 안 되는 머리로 하겠다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나도 엄마로서 뒷바라지해야지! 하는 마음에 시험 첫날 정성스레 아침밥을 준비했다.
한 숟가락 뜨던 아들이 갑자기 말한다.
"엄마, 엄마?"
"어, 왜?"
"나, 공부 못해도 괜찮으니 건강하게만 자라?"
"아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왜 건강하게만 자라? 안돼. 공부도 잘하게 자라야지. 누가 왜 건강하게만 자라. 안돼!"
첫 시험을 얼마나 망치고 오려고 아침부터 빌드업을 하는 건지... 참.. 나.. 하지만 난 엄마로서 딱 부러지게 말했다. 안된다고.
딱 부러지게 말했지만 소용 있으려나..
중간고사 둘째 날
다시 희망을 갖고 따뜻한 아침 한 상 준비한다.
한 숟가락 뜨던 아들
"엄마, 엄마?"
"응. 왜?"
"날 봐 봐. 내가 뭘 해도 벌어먹고 살 상이야?
장사를 해도 잘 벌어먹을 상이야?"
"아니, 무슨 말이야? 넌 공부로 벌어먹을 상이야.
헛소리하지 말고 나와. 학교 가자."
아휴. 오늘도 시험점수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겠다.
시험 셋째 날 아침
"엄마, 엄마?"
"어, 왜?"
"있잖아. 엄마. 내가 공부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거 같아. 어떡하지?"
"무슨 소리야? 너 공부하는 방법 잃어버리지 않았어. 아직 찾지도 않은 걸 어떻게 잃어버리냐? 헛소리하지 말고 중간고사 끝나면 찾아!"
이렇게 3일 내내 빌드업을 하던 아들은
뭘 잘했다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놀러 나갔다.
그래, 내가 지은 죄라고는
널 낳은 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너무나 간절히 빌은 죄... 그게 원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