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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죽음

[愛詩]

by trustwons

한 여인의 죽음


전생에 무슨 죄가 커서

가난을 업고 사는가?

가사(家事)를 위해

반평생을 살았건만

노모를 모시고 살다보니

어느새 노처녀라 부르네.


느지막해 이룬 새 가정

십 년도 못가 분단되고

낭군과 이별한 지

삼 년을 넘기도 전에

나날이 고생(苦生)하던

그 한 몸이.......


어인일로 불치의 병에

시달리게 되었던고

석 달도 못 가서

죽음을 맞이하다니

너무나도 비통하다

너무나도 애통하다.


칠세의 어린 딸 하나

홀로 남겨놓고

한 많은 세월 지켜보던

노모를 외면한 채

무슨 연고로

먼저 갔단 말인가?


모진 비바람 다 막으며

살아온 여인이어라

한없이 산 여인이어라

긴긴 세월 따라

한 많은 여인이어라

가엾은 여인이어라.


자그만 믿음으로

소망을 가지려던 여인

행복의 꿈도

못다 한 채로

한 가닥 꺼져가는

불씨가 되었구나.


목숨마저 외면하고

간신히 이룬 살림 몫을

잃어버릴까

잃어버릴까

마음 졸였던 여인

투병도 하루 이틀이던가?


결국엔

한 목숨을.......

오로지

주님께 붙잡고

살려주시길

간절히 기도했던 여인.


어차피 갈 목숨이기에

현대의술도 마다하고

간신히 이룬 살림 몫을

남겨둘 딸과 노모를 위해

지키려고 했었던 여인

맥없이 놓아버린 여인.


아~

그 누가 알랴!

이 한 여인의 죽음에

깊은 뜻을.......

그 누가 알랴!

이 한 여인의 죽음의

깊은 뜻을 .......


<위암으로 세상을 외면케 된 한 여인의 죽음을 조상(弔喪)하고 나서 ....... 1994년 7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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