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작

들어가며

by 글쓰는비둘기


2025년, 일기(日記)는 아니라도 주기(週記)라도 써 보기로 했다.

목표는 주에 10회를 쓰든 1회를 쓰든 어쨌든 52주를 채우는 것. 그리고 브런치에 달마다 올리는 것. 업로드 시기는 아마 매월 말 즈음이 될 것 같다.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브런치에 올리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1) 내 브런치는 보는 사람이 (거의) 없을 터이기 때문에 일기 같아도 상관없다, 2) 그래도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글을 글답게 쓰게 된다는 두 가지였다.


사실 정말 나만 보는 일기장은 따로 있다. 하지만 내 일기장에 쓰인 것들은 글이라기에는 말에 가까운, 전혀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이다. 그리고 그 노트는 그런 공간으로 두고 싶다. 하지만 글을 다듬어 쓰지 않은 시간이 너무 오래 되다보니 한국어 작문 실력이 심각하게 퇴보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고, 마음 같아서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만(80살이 되어도 좋으니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도저히 소설이 나오지를 않아서 그보다는 가벼운 기록의 형태로 글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기왕 오픈된 공간에 글을 쓰기로 다짐했으니 혹여나 나의 이 사적인 기록을 마주하게 될 행인들께 참고해 주십사 몇 마디 남겨보겠다.




나(30대 여성)는 2021년 가을부터 2023년 봄까지 2년이 조금 되지 않는 기간 우울 및 불안으로 정신과 진료를 다녔다. 약도 먹었다. 상담도 10회기를 받았다. 일상생활을 못 한다거나 눈에 띄는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고 공부도 하고 학원도 다니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연애도 뭐, 할 땐 하고 안 할 땐 안 했다.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외향성도 잘 발휘하는 편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잘 어울린다. 남들에게 나는 여유 있어 보이고 안정적이며 긍정적인, 잘 웃는 사람이다.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고 의지도 강해 보인다고들 한다.


표면과 내면이 어쩌면 이렇게나 다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속은 항상 지옥이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마음에 흰 벽을 갖고 태어난다고 치면, 내 벽은 뻘건 수치심과 누런 자괴감과 잿빛 절망감으로 얼룩덜룩해서 하얀색이 거의 보이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 위에 시커먼 자살사고가 박박박박 그어져 있겠지. 진짜 진짜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미국처럼 총을 구하기 쉬운 나라였다면 나는 진작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기억나기로는 열네 살 즈음부터 정신과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갈 때까지 하루도 자살 생각을 안 한 날이 없었다. 심할 때는 눈 뜨고 일어나 눈 감고 잠들 때까지 내내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어릴 때는 사춘기니까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품은 채로 안 죽고 몇 십 년이나 살아온 걸까, 감탄만 나왔다. 그게 일반적인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건 이십대 후반쯤 되어서였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심지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게시할 생각을 하고, 또 그 생각을 태연히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내게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발전이다.

병원을 다닌 지 2년도 안 돼서 치료가 종결되었고(약물치료는 그보다 더 전에 끝났다) 상담도 8회기쯤 되었을 때 이미 너무 건강하다고 칭찬받았지만, 또 그러고도 2년이나 더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좀 우울한 사람이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의 정신건강은 정상 범주에 속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체감하는 나는 여전히 수치심이 불쑥불쑥 올라오고, 불안감에 자주 사로잡히며, 자주 우는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스스로를 한심하고 못난 녀석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더 강하다.




앞으로 쓰게 될 내용은 일상의 기록이기 때문에 항상 그런 이야기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을 리가 없다. 그걸 숨기고 싶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먼저 펼쳐내 보이게 되었다.

나의 모든 이야기를 적지는 않겠지만, 적기로 결심한 이야기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해 솔직하고자 한다.

그러니 혹시라도 지나가는 분이 계시다면 그러려니 여겨 주시길. 그리고 당신의 하루가 평안하길.


KakaoTalk_20250131_231733775.jpg 중국어 학원 다녀오던 길에 찍은 길냥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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