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특기는 목욕탕에서 엄마 찾기

안경 없이도 엄마를 찾을 수 있는 비법 공개?

by 내곁의바람

조금 우스운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나는 목욕탕에서 엄마를 잘 찾는다.


평소에 안경을 쓰기 때문에, 안경을 벗고 누군가를 인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목욕탕에서 안경을 벗은 채로 엄마를 단번에 알아보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모두 벗은 채로 윤곽조차 흐릿하게 보이는 뿌연 세상 속에서도 엄마만큼은 귀신같이 찾을 수 있다.


어떻게 알아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

굳이 설명하자면 분위기로 알아보는 것 같다.


엄마의 서 있는 모습, 걸음걸이와 손짓 같은 것들에서 나오는 느낌이 딱 엄마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비슷한 일화로는 엄마가 동생을 알아본 일이 있었다. 그 애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을 때, 당분간 연락할 수 없는 기간이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게 되고, 어떤 사이트에 사진도 올려줬었다. 주로 훈련받고 있는 단체 사진이었다.


엄마는 내게 그 단체 사진에서 동생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 단체 사진 속, 다 똑같은 복장의 빡빡머리 남자들 사이에서 동생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자, '월리를 찾아서'에서 월리를 찾는 일이었다.


"... 난 모르겠는데?"

"아, 여기 있네!"


엄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진짜 동생이 있었다. 사진의 한 귀퉁이에 내 새끼손톱만큼 나온 얼굴이 있었다.


다른 사진에서도 엄마는 동생을 다 찾아냈다.


"어떻게 찾은 거야?"

"딱 봐도 네 동생이야!"


'딱 봐도'....

딱 봐도라는 건 어떻게 보는 걸까?

결국 난 사진 속에서 동생을 하나도 찾지 못했지만, 엄마는 그 조그맣게 찍힌 아들을 보며 안색까지 괜찮은지 살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소풍 가는 날 찍은 단체사진 속에서도 엄마는 나를 단박에 알아봤다. 한여름의 해수욕장에서 콩나물시루같이 빽빽한 인파 속에서 아빠는 나를 놓치지 않았다.


부모님이 나와 내 동생을 찾아냈던 일들은 내가 목욕탕에서 엄마를 찾는 것과 같은 감각일까?


그런 일화들을 생각하면, 어디서 길을 잃더라도 부모님만은 나를 찾아낼 거라는 든든한 믿음이 생긴다. 그 믿음으로 세상을 얼마든지 헤매고 방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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