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여행 분업의 비밀, 식당담당!
가족여행에는 중요한 역할이 하나 있다.
바로 ‘식당 담당’이다.
오늘은 우리 가족 여행의 식당 담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올해 추석에는 가족끼리 베트남에 다녀왔다.
3박 5일 일정으로, 하노이에 머무르다 사파에 들리는 코스였다.
우리 가족 여행 멤버는 아빠, 엄마, 3살 어린 남동생과 나로 해외여행은 도쿄에 이어 두 번 째다.
여행의 목적지는 주로 부모님이 정하시지만 나머지는 동생이 도맡아 준비하며 필요시 내게 상의하는 편이다.
그런 동생이 유일하게 내게 주도적인 역할을 주는 것은 식당을 정하는 것이다.
사실 저번 도쿄 여행은 식당까지 동생이 정했다.
뭐든지 결정장애 없이 합리적 선택을 하는 성격이라 별달리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 중 가장 큰 이슈가 거기서 터졌다.
중간 일정까지의 식당이 아빠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아빠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로, 배가 고프면 짜증을 곧잘 내기도 했다. 계속된 배고픈 식사에 아빠의 컨디션이 나빠지자 가족여행은 말 그대로 위기를 맞이했다.
"지금 찾아놓은 맛집은 다음에 가고 우선 오믈렛을 먹자."
나는 그렇게 말했다.
도쿄는 그 당시 추운 겨울이었다. 추위에 배고픔이 겹치니 아빠가 짜증을 내는 것이라 생각해, 익숙한 밥을 든든하게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도쿄 시내의 그 오믈렛 식당은 꽤 오래된 역사가 있는 곳이었다. 종업원은 친절했지만 영어가 서툴렀다. 설명을 알아듣기 힘들어서, 음식 사진을 보고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 여부만 골라 메뉴를 주문했다.
다행히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아빠 얼굴에 편안함이 찾아온 뒤, 우리는 비로소 위기를 넘기고 여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내가 가족여행의 식당 담당이 된 것이다.
"나는 누나처럼 취향을 못 맞춰, 비행기 표 예약이나 그런 건 그냥 하면 되지만 취향이 반영돼야 하면 못 해."
동생이 말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MBTI로 치면 T가 필요한 순간은 그 애의 담당이지만, F가 필요한 순간은 내 담당이라 생각하면 편할 것 같았다.
베트남에서의 식사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비법을 말하자면, 여러 가지를 규칙으로 정하는 것이다.
2번은 베트남식 식사를 하고 1번은 김치찌개나 파스타같이 익숙한 메뉴를 먹는 것을 기본 규칙으로 두었다. 날씨가 서늘하면 따뜻한 국물류를, 더우면 에어컨이 빵빵한 식당을 찾았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괜찮다. 종업원이 친절하고 화장실이 깨끗하면 그걸로 조건 통과였다.
"그 모든 교집합을 찾으면 성공적인 식당을 찾을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동생은 혀를 내두르며 자긴 도저히 못한다고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그 애가 준비한 슬리핑 버스와 항공편, 숙소에 대한 것이 훨씬 더 까다롭고 못할 짓으로 느껴졌다. 그걸 다 어떻게 관리하나 싶어서.
엄마와 아빠가 무릎이 안 좋아서 비행기를 오래 타기 힘들까 봐 기필코 앞자리가 넓은 비상구 좌석을 예매하는 다정하고 꼼꼼한 녀석을 내가 무슨 수로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사실, 어릴 적엔 동생과 싸우는 일이 잦았다. 한 번은 싸우다 엄마에게 ‘동생 낳아달라고 한 적 없는데, 다 엄마 때문이야!’라며 투덜댔을 정도였다.
형제라도 성격이 너무 달라 같이 살기 힘들었다. 친구로 만났다면 영영 친해지기 어려웠을 정도로 걔랑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때론 하도 싸우니 지쳐서... 동생 없이 엄마, 아빠, 나까지 셋이면 완벽한 가족일 거라는 못된 상상을 한 적도 있었다.
이젠 가족사진에서 나랑 닮은 미소를 짓고 있는 동생을 보며 인정한다.
네가 없었으면 우리 가족은 반쪽 짜리였을 거라고.
>> 해당 글은 13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