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겁에 질렸던 6살의 경험
“자, 봐.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이 비상버튼을 누르고, 사람 목소리가 들리면 도와달라고 하는 거야.” 엄마는 여섯 살이던 내게 엘리베이터 비상버튼을 설명해 주었다. 이제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집 근처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집에는 세 살배기 남동생이 있어 엄마가 나를 데려다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눌러 집과 1층을 오가는 법부터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비상버튼’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내 눈높이보다도 위에서 빨갛게 빛나던 버튼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떻게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거지?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떻게 도와주는 거지?
내 안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어릴 때의 나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아이였다.
처음 혼자 계단을 내려가던 날, 엄마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라고 말하자 괜히 무서워져서 결국 엉덩이를 땅에 대고 한 칸씩 내려갔었다. 그런 아이가 비상상황에 비상버튼을 눌러 도움을 요청할 리는 만무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날씨가 쌀쌀해져 겉옷을 입고 학원에 갔다가, 그대로 학원에 벗어둔 채 집에 와버렸다. 학원에 다시 가서 겉옷을 찾아 입고, 평소처럼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리 집은 10층이었다. 10이라는 숫자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10층에는 서지 않았다. 3층, 7층, 14층까지 올라갔다가 5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짧은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는 미친 듯 여기저기서 멈추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항상 10층에서 내려 집으로 가던 나는 당황했다. 엘리베이터가 10층에 서지 않으니까. 고장났다는 걸 인식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럼 아무 데서나 내려서 10층까지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무서웠다. 내려도 될지, 기다려야 할지 판단할 수 없었다. 비상버튼이 눈에 보였지만 눌러도 될지 고민이 되어 누를수도 없었다. 그리고 눈물이 펑펑 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한 층에 멈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아저씨가 서 있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나?” 하고 중얼거리더니, 울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왜 울고 있어? 무슨 일 있니?” 나는 10층에 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10층에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지금이라도 얼른 내리라고 했다. 내가 망설이자 손짓을 하며 다시 말했다. “지금 내리면 돼. 괜찮아.” 나는 그 말만 믿고 얼른 뛰쳐나왔다.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다. 아저씨는 내게 집이 어디냐고 묻고, 비상구 계단을 통해 10층으로 올라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면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갑자기 이상한 나라에 떨어졌던 앨리스처럼, 이상한 엘리베이터 속에서 헤매던 나는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군가 내게 세상으로부터 받은 친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일을 떠올리곤 한다.
그날의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고 있던 여섯 살 아이였지만, 누군가의 작은 도움 하나로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작은 친절 덕분에 트라우마가 될 법한 일이 그저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