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잘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길거리의 떡볶이, 매운 라면, 짬뽕 등, “얼마나 매운지”가 마치 음식의 척도처럼 되어버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매운 걸 잘 먹지 못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온몸에서 땀이 쏟아지고, 어지럽고, 머리가 띵했다. 몸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그 고통 속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 적이 있다. 혀끝의 자극이 스트레스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야식도 비슷하다.
밤늦게 치킨을 시키거나 라면을 끓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오늘 하루의 위로’를 음식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잠든 후에도 위장은 계속 일한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이 되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음식은 곧 우리의 몸을 이루는 재료인데,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은 채 무심코 입속에 넣는다. 왜일까.
내 생각엔 즉각적인 쾌감 때문이다. 먹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고, 그 대가가 바로 눈앞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밤 12시에 치킨을 먹어도 당장은 아무렇지 않다.
몸은 생존을 위해 버텨주지만, 그 패턴이 반복되면 어느새 우리 몸은 천천히 약해진다. 자극적인 음식은 우리를 잠깐 행복하게 하지만, 동시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만드는 감각의 중독을 남긴다.
단 음식도 마찬가지다.
나는 원래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릴 적 초콜릿은 늘 ‘보상’이었다. 쓴 약을 먹은 뒤, 시험을 잘 본 날, 부모님께 칭찬을 받을 때 늘 달콤함이 따라왔다. 그렇게 우리는 단맛을 보상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자라왔다.
그 습관이 어른이 된 뒤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이 당기고, 기분이 좋을 때도 단 걸 먹으며 기쁨을 증폭시킨다. 결국 단맛은 감정의 스위치가 되어버린다.
나는 모든 음식을 좋아한다. 가리는 것도 없고, 잘 먹는 편이다. 대신 움직이려 하고,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탄수화물에는 약하다. 밥을 너무 좋아해서, 스스로를 ‘탄수화물 중독자’라고 부를 때도 있다. 요즘은 조금씩 줄이려고 한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중독된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선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음식은 결국 나를 만드는 재료다.
자극적인 맛 대신, 내 몸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자유를 되찾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