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유행하던 손글씨가 있었다. 일부러 "ㅇ"을 엄청 크게 쓰거나 엄청 작게 쓰는 손글씨였는데 나는 특히나 "ㅇ"을 크게 쓰는 걸 좋아했었다. 동글동글한 글씨가 귀엽게 느껴졌고 내 이름에는 "ㅇ"이 하나밖에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다. 가끔 까먹고 보통 크기로 써버리면 지우고 다시 쓸 정도이니 말 다했다.
이 밖에도 이런저런 손글씨를 터득하여 친구들과 교환 일기장을 쓸 때 솜씨를 발휘하고는 했다. 지금 선생님이 되고 나서는 학생들의 알아보기 힘든 손글씨 때문에 애를 먹지만 그래도 학생이었을 적에는 나는 내 손글씨를 좋아했었다.
그러나 현재 인공지능이 점차 발전되면서 손글씨가 퇴화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글씨를 쓰기보다 컴퓨터로 쓰게 하고 교환 일기장을 쓰던 학생들은 핸드폰으로 채팅 문자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글씨가 사라져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되어버렸다.
나도 대학교에 신입생 시절에는 노트필기를 고집했었다. 컴퓨터로 노트필기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교수님도 컴퓨터 사용보다는 손으로 적는 노트필기를 추천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에세이를 제출할 때는 어차피 컴퓨터로 적어야 하며 빠르게 받아 적기에는 타이핑이 더 빠르다는 걸 알게 된 후 손으로 적는 노트필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현재, 아이들 앞에서 글씨를 쓰는 순간이 오면 원래 내 예뻤던 손글씨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삐뚤빼뚤한 글씨만 칠판에 적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손글씨가 아니다. 글씨를 쓰면서 스펠링이 자꾸 틀리는 것이다. 컴퓨터로 쓸 때에는 알아서 오타를 다 고쳐주기 때문에 대충 비슷하게 쓰면 올바르게 수정되었는데 직접 손으로 쓸 때는 내가 계속해서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스펠링을 물어볼 때면 순간적으로 두세 번 생각을 해야 했다. "Caterpillar" 스펠링이 뭐였지? "Penguin" 스펠링에 a 가 들어갔던가? 멈칫거리는 나를 돌아보며 순간 창피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계속해서 단어장에 단어를 쓰던 버릇이 되어 바로바로 스펠링을 적었건만 지금은 알파벳 하나를 빼먹기 일쑤다. 나도 이런데 아이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다.
채팅에서 사용하던 단어가 올바른 단어라고 생각하여 'Because'를 쓰는 대신에 'BC'를 적고 'To be honest' 대신에 'TBH'를 쓴다. 이것이 컴퓨터와 핸드폰이 생기며 야기된 문제다.
물론 다 나쁜 변화만 생긴 것은 아니다. 발전된 기술과 도구를 사용하여 효과를 본다면 나쁜 변화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고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니 분명 배움에 도움이 되겠지.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과 도구에 의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낸다는 것이다.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 의존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