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꼰대가 되는 방법

그리고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

by Nerd writing


오늘 집가는 길에 우재의 연애 고민을 들어줬다. 고민내용은, 장기 연애에 접어들면서 여자친구가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한 다는 것이었다.


나는 연애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아, 어떻게 말해줘야할지 솔직히 잘 몰랐었지만, 통화의 끝무렵, 우재가 '너가 말한게 정답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해줘서 좀 기뻤다.


사실 별말 안했는데, 우재가 내가 시간을 내줘서 고마워한건지, 진짜 도움을 받은 건지는 불확실하다. 그래도 그런 대답을 듣게 되어서 좋았다.


우재와 통화에서 내가 덜어내고 싶은 내 모습과, 내가 한층 성장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그게 그저 내 생각이라서 그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좀 가까워지는 그런 느낌이라 굉장히 큰 소득을 얻은 느낌이었다.


첫번째는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있어, 상대방의 말이 그냥 결론이 1초만에 나버리고, 그 질문 자체가 어린 애들이 하는 질문이라고 잠깐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이미 있듯 피식 웃으면서 정답적인 대안을 내놓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아닌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정답을 이야기 해주는 그런 '꼰대' 같은 면모가 나타나버린 모습이 조금 나에게서 보였던 느낌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걸 좀 싫어하는 것 같다. 그런 정답들은 너무 이상적이고, 심지어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결론이 벌써 나있는 것이지 않나싶다. 그런 것은 내가 해보지도 않고 아는척 떠들어대는 꼰대의 모습과 굉장히 유사한 것 같아서 싫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좀 덜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대화의 주제가 고민 상담이었기 때문에, 뭔가 나는 해답을 주진 못해도, 우재가 그 문제에 대해서 본인이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보니 더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 내가 만약에 우재가 겪은 경험을 모두 겪어서 선배로써 조언을 해준다면, 그냥 우재의 생각거리의 재료 하나에 불과한 이야기가 되는 반면, '너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을 너의 여자친구도 그대로 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만약에 여자친구가 너한테 솔직히 털어놓는 다면 어떨거같아?' 라고 물어보면 어떨거같애?' 라고 생각할 거리를 주면, 그 주제를 통해서 생각해보기 때문에, 그게 조금더 우재한테 영감을 줄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전자는 주제에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해답이지만, 후자는 어쩌면 문제의 관점을 바꾸는 새로운 시각으로써 우재가 넓게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준거라 조금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의 영감은 오늘 본 '굿 월 헌팅' 이라는 영화에서 얻었다. 월 헌팅이라는 어린 천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숀의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는 재미있었고, 몰입시켰고, 시간이 다되자 나도 아쉬웠다.


먼저 얘기를 꺼내는 법(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방법일까? 아니면 전형적으로 상담사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 상담사와 환자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에서 대화를 하는 것 보다, 제발로 찾아온 윌이 왜 제발로 찾아왔는지, 그리고 왔으면 무슨 용건이 있어서 왔는지, 가르치려드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서 관심을 가질 준비가 되어있는 어른으로써 그의 앞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건지) 을 좀 알게되었달까.


나도 사람보는 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진정으로 알려주고 싶을때, 가르침을 위한 가르침을 하는 게 아닌, 진짜 그 사람의 방향성을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 좀더 따듯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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