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창업했을까

by Bosu Jeong

서점에 가면

창업 코너 앞에서 숨이 가빠질 때가 있다.


그곳에는 늘 비슷한 이야기들이 꽂혀 있다.

유니콘을 꿈꾸는 창업자들,

수백억의 투자 유치,

수백 명의 직원,

세계를 뒤흔드는 혁신,

그리고 마침내 화려한 엑시트.


거대한 숫자와 성공의 서사들 사이에서

나는 종종 멈춰 서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이게 정말 전부일까.


내 삶을 송두리째 바쳐야만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잠을 줄이고,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건강을 깎아 먹으며 달리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까.


동료와 웃으며 일하고,

저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그런 창업은

정말 불가능한 걸까.


2021년,

나는 10년의 안정을 내려놓고

회사를 나왔다.


주변의 만류는 많았고,

내 안의 공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내가 세운 목표는

혁명도, 유니콘도 아니었다.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각자의 삶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시스템.


딱 그 정도였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창업의 첫 막을 정리하는 지금,

나는 소소한 개인적 수익을 얻었다.


누군가는

너무 작은 숫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이 돈은

액수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나는 이 돈으로

부를 과시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의 자유와 가족의 안정을 샀다.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며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저녁,

아내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걸을 수 있는 기준.


창업이

나를 소모시키는 선택이 될 거라는

우려와는 달리,

나는 오히려

창업을 통해

가족과 더 가까워졌고

조금 더 성숙해졌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가 처음부터

‘작지만 행복한 조직’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우리 회사에는

단 한 명의 퇴사자도 없었다.


여섯 명의 팀원은

서로를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술의 가치를

정직하게 인정받아 수익을 내고,

그 결과를 공정하게 나눈다.


거대 자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숫자를 부풀리거나

서로를 다그치지 않아도,

회사는 충분히 단단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론

금전적 성취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정당하게 번 돈은

내가 꿈꾸는 가치를

현실로 만드는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성취는

다른 데 있다.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있다는 감각.


그래서 나는

창업을

영웅 서사로 말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유니콘을 향한 전장이겠지만,

나에게 창업은

내가 원하는 삶의 크기를

스스로 정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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