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은 착하면 안 된다

by Bosu Jeong

친환경이라는 말은 참 듣기 좋다.

누구도 반대하기 어렵고,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단어다.


그래서인지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친환경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유지하기가 꽤 어렵다.


공정은 더 복잡해지고

고려해야 할 변수는 늘어나고

개발 속도는 느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지키려고 하는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다.


친환경은 성능이 떨어지면 안 된다.

그리고 가격이 비싸져서도 안 된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어긋나는 순간

친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그동안 많은 친환경 제품들을 봐왔다.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다.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조금 부족하거나

가격이 눈에 띄게 비싸거나

혹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포인트를 강조한다.


“환경을 위해서니까 이해해 주세요”라는 말이

설명의 시작이 되는 순간,

시장은 이미 한 발짝 물러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진정으로 친환경이 자리 잡으려면

적어도 다음 둘 중 하나는 충족해야 한다.


성능은 기존과 같고, 가격은 더 낮거나

성능은 더 좋고, 가격은 기존과 같아야 한다.


이 기준을 넘지 못하면

친환경은 오래가기 어렵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소비자에게 불편함이 되어서는 안 되고

누군가의 일상에 추가 비용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바쁘고

이미 충분히 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더 고민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우리도 수없이 흔들린다.

조금만 타협하면 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돌아온다.

성능과 가격.

이 두 가지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정한 이유로.


친환경은 착한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쓰게 되고

의식하지 않아도 선택하게 되는 것.


그 지점에 도달했을 때

친환경은 비로소 시장에 남는다.


우리는 그 기준을 넘기 위해

오늘도 꽤 불편한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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