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너에게
감정에도
심사가 필요하다
보험처럼, 대출처럼
무조건 승인될 수는 없기에
“상처받았어”
그 말 하나면
모든 게 정당해지는 너의 세상에서
나는 잠시 멈춰 묻고 싶다
그 말의 무게는 진짜였을까
그 눈물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그 분노는
네 안의 허기를 덮으려는
방패는 아니었을까
사랑에도, 우정에도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날 선 말들이 오가는 시대에
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두는 대신
한 번쯤은 심사하고 싶다
그 마음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
아니면
너조차 이해하지 못한 너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나는
감정의 문 앞에
조용한 언더라이터 하나
세워 두기로 했다
모든 상처가 사랑이 아니고
모든 눈물이 진실은 아니기에
감정을 믿되,
그 감정에 물어보는 일
그것이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