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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서 Mar 21. 2024

마음함

마음들이 모여있는 상자



상자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받은 편지들을 모두 모아둔 상자이다. 이 상자에는 생일 때 가족들에게 받은 편지, 크리스마스에 친구와 나눈 편지, 졸업식 때 받은 편지 등등 짧고 긴 편지들이 모여있다.

 
저 많은 편지 중에 내가 유독 아끼는 편지는 부모님이 써주신 편지들이다. 옛날에 내가 어떤 수련회를 가게 되었을 때마다 부모님은 나에게 짧은 쪽지 비슷한 편지를 써주셨다. 부모님이 써주시는 편지에는 항상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너는 얼마나 대견하게 생각하는지가 써져 있었다. 그런 편지를 읽을 때면 어디에 쓸지도 모르겠는 힘이 생겼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수련회는 대전까지 혼자 케이티엑스를 타고 갔어야 했다. 처음 기차를 타고 엄마와 일시적인 작별을 했을 때 나는 갑자기 외롭고 혼자가 된 기분이 몰아쳐서 울었었다. 기차 안이라서 큰 소리를 내서 울지는 못했고 입을 꾹 다물고 혼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셨는지 옆에 앉으신 노부부가 나에게 말을 걸어 주셨었다. 10살짜리 꼬맹이가 혼자 울고 있으니 좀 가엽고 귀여워 보이셨는지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식의 이런저런 말을 해주셨다. 그 노부부의 말이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꽤 많은 힘이 됐었다.

 
손 편지만큼 진심을 전하기 좋은 소통 수단이 또 있을까 싶다. 대화를 한다면 잘 정리되지 않아서 말실수를 할 수도 있다. 다른 디지털 매체로 하는 소통은 감성도 없을뿐더러 성의 또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손 편지는 정성도 많이 필요하고 한 번 더 생각을 정리한 후 쓸 수 있다.

 
저 편지함에는 여러 이야기와 마음들이 담아져 있다. 나는 앞으로도 저 상자에 수많은 마음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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