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무관심
"오빠 팔에 피나. 어디서 긁힌거야??ㅠㅠ"
걱정스런 아내의 말에 쳐다본 오른쪽 팔에는 어딘가에 긁힌 핏자국이 선명했다.
어디서 긁힌건지 기억이 날리 만무했다. 나는 이런 상처에는 늘 둔감했고 또한 익숙한 사람이었다.
가을 햇살이 길 위로 엷게 내려앉았다. 코스모스는 바람을 따라 물결처럼 흔들렸고, 나는 아내와 나란히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꽃잎들이 마치 수천 개의 작은 깃발처럼 흔들리며 환영하듯 손짓하는 길 끝에서, 유모차 하나가 다가왔다.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은 세상의 모든 소음을 밀어낸 듯 고요했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문득 눈썹 위에 남은 작은 흉터를 떠올렸다.
그 흉터는 오래전의 일로부터 비롯되었으나,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생생히 말을 걸어왔다. 그것은 단순히 넘어져 생긴 상처가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던 공기의 온도를 증명하는 흔적이었다. 차갑고 무심했던 공기. 다친 아이를 얼른 안아 들거나, 작은 손을 감싸줄 따스한 손길 대신, 그저 “괜찮다”는 건조한 말과 바쁘게 흘러가는 뒷모습만이 남아 있던 시절.
아이였던 나는 그 무심함 속에서 오래도록 서성였다. 울음이 가시기도 전에, 위로를 갈망하기도 전에, 이미 모두는 등을 돌리고 있었다. 흉터는 살 위에 남았지만, 진짜 상처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조용히 새겨졌다. 그것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낙인처럼,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꿋꿋해야 하는 아이’로 길러내고 있었다.
코스모스 사이로 흘러들던 바람이 유모차 속 아이의 이마를 스쳤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저 아이는 어떤 눈빛 속에서 자라날까. 매 순간을 귀하게 감싸주는 시선일까, 아니면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그림자일까. 아이의 흉터는 넘어짐 때문이 아니라, 곁에 있던 이들의 무관심으로 더 깊어지는 법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눈썹 위 흉터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그것은 단지 나의 어린 날을 증명하는 표식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내 안에 드리운 긴 여정을 고요히 증언하는 흔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