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제2장 불안

by 동물애호가

아내와 나는 코스모스밭을 지나 근처의 시장에 가기로 했다. 아내는 시장에서 군것질을 하고 싶어했고 나는 오래전에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시장의 소음은 늘 내 귀를 막게했고 비린내는 삶의 냄새처럼 공기를 가득 메웠다. 그 속에서 아버지는 칼로 생선의 대가리를 쳐냈다.

내 아버지는 생선 장수였다.

그의 삶에는 늘 결핍이 있었다. 학력, 가난, 그리고 자격지심. 그 결핍은 끝내 주먹으로 발현되었고, 나는 그 곁에서 자라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주먹의 고통보다도 견디기 힘든 것은 불안이라는 두글자였다.


내 방은 불안이라는 현실에서의 도피처이자 안식처였고, 낡은 라디오는 나의 유일한 동반자였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노래는 현실과의 연결이자 동시에 현실로부터의 단절이었다. 그것을 통해 나는 불안을 잊으려 했으나, 실은 불안이 없는 세계를 잠시 흉내 내고 있었을 뿐이다. 도피처는 언제나 임시적이다. 결국 그것은 부서지고, 사라지고, 더 이상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 아버지는 나의 라디오를 부숴버렸다. 부서진 파편이 바닥에 흩어질 때, 내 마음의 전원도 꺼져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감정을 스스로 닫아버렸다. 웃음도 울음도 잠들었고, 불안은 내 안에 침묵의 형태로만 남았다. 더 이상 그 어떠한 것도 피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마음의 스위치를 꺼버린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최후의 방법이 결국 감정의 죽음일 때가 있다.


탁, 탁, 탁

나는 손목을 물어뜯었다. 시장한켠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생선대가리를 내려 치는소리와 생을 마감하는 생선의 빛을 잃은 눈동자처럼 내 세계는 손목에 새겨지는 자국만큼이나 어둡고 차가웠다. 물어뜯은 자리에 멍이 들고, 시간이 흐르며 그 흔적은 검게 착색되었다. 마치 내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두 글자, 불안처럼.


불안은 고통이자 동시에 깨달음이다. 불안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보고, 동시에 존재의 근원을 마주한다. 나는 감정을 닫고 살아왔지만, 오랜시간이 흘러 깨달았다. 불안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응시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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