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외로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시인)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어머니는 종종 겨울바다에 바람을 쐬러 가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만 끄덕이며 그 말의 무게를 흘려보내곤 했다. 그 후 수차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의 바다는 어떤 바다였을까? 홀로 견디기 위해 찾아간 바다, 그러나 결국 혼자 남게 되는 외로움의 바다.
우리는 늘 혼자다.
어찌 보면 외로움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조건이며 태어남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다.
나는 그러한 고독을 통해 서서히 단단해졌다. 흉터를 감추는 대신, 그것을 삶의 지문처럼 받아들였다. 외로움은 사람을 고립시키지만, 동시에 타인을 향해 열리게 한다. 그것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이끄는 힘이다. 어머니의 바다가 고독 속의 파도라면, 내가 서 있는 바다는 만남을 향한 수평선이다. 결국 인간은 외로움 때문에 무너지고, 또 외로움 때문에 서로를 찾는다. 그 필연의 역설 속에서, 나는 사랑이란 감정을 배웠다.
아내를 처음 만났던 날 나는 무작정 바다에 가자고 했다.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아내는 의외로 잘 받아들였고, 그날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모으며 즐거워했다.
저물어가는 노을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던 그날
아내의 미소가 내 마음도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