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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엄마 Apr 03. 2024

네가 고립된 섬은 아닌지 늘 걱정해.

6학년 아들은 친구가 없다.


아들은 학교가 끝나면 늘 전화를 한다.

"엄마 끝났어요."

"응, 학교 끝나서 기분이 좋구나.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어?"

"없었어요."


이남매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말해주지 않아 늘 궁금하다.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는 동네 엄마들에게 지나가는 길에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이사 와서는 엄마들과 교류도 없고 아는 엄마도 없으니 더 알 길이 없다. 아이의 말로만 추측하면,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장난을 치는 것 같지도 않고, 쉬는 시간에는 책이나 읽고, 고립된 섬처럼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


저녁을 먹으며 얼굴을 마주하고 오늘의 즐거운 일을 묻는다. 아이 둘 다 학교는 즐겁지 않단다. 하지만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그날그날 같지만 약간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체육이 있는 날은 좋았다. 비가 와서 체육을 못해서 아쉬웠다. 정도이지만 그 정도로 학교 생활을 이야기해 줘도 감사하다.


며칠 전 아들 손가락에 밴드가 감겨 있었다. 학교에서 친구와 할리갈리 게임을 하는데 친구 손톱에 찍혀서 살점이 떨어져 피도 많이 났고 아팠다고 한다. 아이가 다쳤는데 걱정을 먼저 해야 하지만, 내 목에 걸려있던 사과 한 조각이 툭 튀어나온 것처럼 숨이 쉬어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친구하고 놀기도 하는 거야? 엄마가 물으면 만날 혼자 있다고 하고, 밥도 혼자 먹었다, 집에도 혼자 온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너처럼 좋은 아이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 이제 친구도 하나 둘 사귀면 좋겠다."


"엄마 6학년 때 말이야, 5학년 2월 봄방학 전에 전학을 가서 6학년이 됐거든. 그때 먼저 말 걸어주고 같이 놀자고 한 친구가 있어서 참 좋았었는데, 반에 그런 친구는 없었어? 없으면 친구들을 관찰해서 너랑 잘 맞을 것 같은 친구를 찾아보고 먼저 말 걸어보면 어때?"


밥상머리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나눠야 하는데 잔소리 아닌 잔소리 시작이다. 걱정 아닌 걱정이 계속되는 건 내가 엄마라서 그런 것 같다고 설득하지만 아이 귀에는 그저 엄마의 잔소리일 뿐이다.


어제는 학교 상담주간이라 아이 담임선생님을 뵀다. 후드티셔츠를 입은 너무 어린 남자선생님이라 놀랐지만, 아이에게는 초등학교 마지막 6학년을 젊은 선생님과 좋은 추억을 만들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됐다. 아직 아이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했지만, 학업은 잘하고 있다고 말씀 주신다. 어떤 부분이 궁금한지 물으셔서 친구들과 관계와 학습 태도, 수업 중에 공상에 빠지지는 않는지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학기 초에는 혼자 있었는데 최근에는 같이 노는 무리가 생겼다며 소식을 전해주신다. 4명의 친구가 잘 어울리고 있는데 아들과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알아서 뭉쳤다고 한다. 한편으로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웃겼다.


선생님께서 너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 선생님께서 친구들하고 잘 지낸다고 말씀하시더라.  엄마는 어떤 친구들인지, 이름은 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너랑 어떻게 노는지 별게 다 궁금해. 현장학습 가서 밥 혼자 먹으면 어떻게 하나, 롯데월드 간다는데 놀이기구 혼자 타려나 걱정했는데 친구가 생겼다니 걱정이 싹 사라졌어.  친구가 생겼다니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아.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 좀 해줘. 새로 생긴 친구들은 어때?"


수다스러운 엄마에 비해 아들의 대답은 짧다.




"끼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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