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다시 부모님과 살다
생각해 보니 나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22살 대학을 다시 입학한 이후, 학교가 멀다는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그땐 그게 자유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 집에서 사는 것도 잠시
곧 취업을 하고 얼마 후 나는 또 집에서 나왔다
딱히 부모님과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 가족은 사이가 좋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 평범 하지만 한결같이.
(그냥 내가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던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면 쉬는 날엔 미뤄뒀던 일들을 하느라 오히려 더 바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가만히 쉬고 싶은 날이 있기도 하고
또 가끔은 일하느라 바쁜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어딘가 떠나고 싶기도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 부모님 얼굴 보는 게 많이 보는 수준이 되어버렸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부모님과 함께 있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기억하기 위해 부모님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던 어느 유튜버의 말도 마음에 와닿았다
엄마가 해준 밥도 그리웠다
내가 엄마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내 인생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건 아무도 모르니까.
하던 일이 잘 안 풀리고 고민이 많던 시기에,
하루는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안 와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렇게 누웠다가 다음날 깨어나지 않으면 나는 억울할까? 후회할까? 아쉬울까?
그런데 생각보다 아쉽지 않았고, 별로 후회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 해지고 편해졌다.
그래도 나 나름 잘 살았나 보다, 하고.
그런데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성인이 된 내가 부모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 부대끼며 먹고 마시고 떠들고 한 기억이 없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집에 가면 손님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인데 손님 같은 가족. 이게 맞나?
마음을 먹었다.
직장이 멀어지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살자고.
그리고 부모님께 말했다.
“나 집에 들어와서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