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서운 것

죽는다는 것

by AZ


지난 달인가,

우연히 식당에서 틀어놓은 뉴스를 봤는데

안락사를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려는 아버지를 막으려

경찰에 신고해 비행기를 멈춰 세웠다는 소식이었다.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런 결정을 내린 당사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막으려는 가족들도.

어떤 게 좋은 선택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 않을까.




막연하게, 현실감은 거의 없는 상태로

그저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죽는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나 진지한 생각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에 하는 판타지 같은 생각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생각이었을 뿐.



내가 실제로 겪은 가까운 죽음은..

고등학교 때 외할머니, 몇 년 전 친할머니의 장례식이 전부인 것 같다.


외할머니의 경우엔 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잘 몰랐고,

친할머니의 경우엔

할머니 나이가 너무 많았고 침상에 오래 계셔서

조금은 준비가 된 죽음이었다.



그런데,

외삼촌이 아프다.

엄마랑 나이차가 많지 않은데,

암이란다. 치료가 가능하지도 않다.



외삼촌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추억 쌓을 수 있을 때 많이 만들라는 소리를 듣자

갑자기 죽음이란 게 피부에 와닿았다.


다시 못 볼 것이라는 단순한 감정의 슬픔 같은 거랑 조금 다르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걸 갑자기 강요받은 공포.

그게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은 불안감.


내게 잘해주셨던 것에 대한 고마움에 비례해

커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할머니와는 다르게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서 그럴까.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까.


말도 안 되는 깊은 절망감도 느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그저 약으로 버티며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주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니.


나는, 외삼촌인데도 이 정도 슬픔인데

그 자식인 오빠들은 어떨까.

아내인 외숙모는 말할 것도 없고,

엄마는 얼마나 슬플까.

우리 엄마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든든한 오빠라 많이 의지했을 텐데..


어느 날,

함께 바람 쐬러 가자고 해서 서울근교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넓은 야외공간이 있는 대형 카페에 갔다.


하늘은 높고 구름도 예쁘고 그늘도 적당하고 바람도 좋았다.

모든 게 다 좋았는데 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모두가 슬펐다.

실제로 눈엔 눈물까지 맺혀있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손으로 몰래몰래 훔쳐낸다.

그러면서도

입은 웃고 있는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분위기였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입으로라도 억지로 허허하고 웃지 않으면

통곡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울어도 봤고,

또 그 울음이 소용이 없음을 알아서.

아무도 울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엔 눈물이 떨어지지 못하고 맺혀있었다.


외숙모는 소화시키겠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오지 않으셨고

우리는 그렇게 실없는 이야기나 나눌 뿐이었다.


시간이 되면 별을 보러 가자고 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식구와 외갓집 식구 모두가 모여

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다시 그때처럼 가자고 했다.


잊지 못할 밤하늘이 생기겠구나, 싶다.


정신이 온전할 때,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때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은

나쁘고 힘겨운 순간을 버티게 해 줄 테니까.



이 순간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기를..

외삼촌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아프지 않는 건 정말 축복이다.

건강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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