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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세포에서 생명을 만들다 — 인간이 신의 경계를 넘다

인간은 이제 스스로를 창조하는가?

by 누리

“인공 생식세포의 시대 — 인간은 이제 스스로를 창조할 수 있을까”


과학은 생명의 기원을 다시 쓰고 있다. 피부세포로부터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 연구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10.1038/s41467-025-63454-7

지난 10월 1일 흥미로운 논문이 Nature Communication에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10.1038/s41467-025-63454-7)은 인간의 체세포(피부세포 등)로부터 생식세포—특히 난자와 유사한 생식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적인 단계를 보고한 연구입니다. 단순히 생명공학적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이 연구는 ‘생명의 기원과 인간의 자기 창조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 논문의 과학적 핵심

이들 연구진은 체세포핵치환(SCNT,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기술을 이용해, 성인의 체세포 DNA를 난자 세포 안으로 이식함으로써 수정에 가까운 형태의 배아 발달을 유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체세포의 염색체가 부분적으로 감수분열(mitomeiosis)에 들어가며, 정자와 결합해 인간 생식의 인공적 재현에 한 발 다가갔습니다.

이것은 생물학적으로 “생명의 시작”을 실험실에서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체외에서 정자나 난자등 생식세포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in vitro gametogenesis(IVG)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원래 성체세포는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합니다. 즉 사람 몸에는 48개의 염색체가 있는데, 24개는 아버지로부터 왔고 나머지 24개는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죠. 이렇게 고유하게 정해진 48개의 염색체는 세포분열을 통해 성장하면서 끊임없는 자기 복제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염색체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손을 낳기 위해서는 남. 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히드라의 경우에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성생식을 취합니다. 그냥 몸의 일부를 떼어내어 번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영양분이 풍부하지 않은 거친 환경에서는 양성생식을 합니다. 양성생식을 하는 이유는 유전자를 서로 섞어서 보다 환경에 잘 적응하려는 의도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고등동물은 양성생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환경이 매우 혹독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양성생식의 경우에는 남녀의 역할이 필요한데, 남자와 여자는 각각의 48개의 염색체중에서 반인 24개를 추려서 정자 또는 난자를 만듭니다. 그리고 남녀의 성행위를 통해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새로운 고유한 48개의 염색체를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논문은 남녀의 성행위를 통하지 않으면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나 자신이 나의 유전자만으로 또 다른 나를 만드는 생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즉 나의 피부세포 48개의 염색체를 추려서 Haploid를 만듭니다. 논문에서는 이과정을 ‘mitomeiosis‘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24개의 염색체를 핵을 제거한 난자 안에 집어놓고 다시 또 다른 24개로 추려진 나의 정자로 수정을 하면 남녀의 교접 없이 나의 유전자 만으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여자의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나의 난자에 mitomeiosis를 통해 만든 24개 염색체를 핵이 제거된 정자에 넣고 이 정자를 나의 난자에 수정하면 남자 없이 내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는 시대가 되면 남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고 부모의 개념 역시 새롭게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철학적 의미 1.— ‘인간의 자기 복제’라는 존재론적 도전

이 연구는 “생명은 자연적 발생이어야 하는가?”라는 고전적 물음을 다시 던집니다.
자연적 수태와 달리, 이제 인간의 신체 일부(피부세포 등)로 자기 자신을 복제하거나 후손을 낳을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생식의 자연성’을 넘어, ‘인간의 자기 창조(Self-Creation)’를 현실로 만드는 개념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철학적 의미 2. — ‘부모 됨’의 개념 재정의

만약 한 개인의 체세포에서 난자와 정자 모두를 만들어 수정을 시킨다면, 그 결과로 태어나는 생명은 누구의 자식일까요? 나의 분신일까요?
이 연구는 ‘유전적 관계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생명은 더 이상 두 개인의 결합에서만 비롯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는 가족, 윤리, 법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이미 가족의 단위는 남자-남자-자녀 또는 여자-여자-자녀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생명공학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만들 수 있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과학이 아닌 철학의 영역에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생명공학의 새로운 전환점

논문의 연구진은 체세포핵치환(SCNT, 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기술을 활용해 성인의 체세포 핵을 난자 세포 안으로 이식하고, 초기 배아 발달까지 유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염색체 재편성과 유전자 발현 변화 등, 자연적 수정 과정과 유사한 단계를 보였습니다.
이는 곧 인공 생식세포 형성(in vitro gametogenesis, IVG)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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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책임과 윤리

물론 현재의 연구는 엄격한 IRB(윤리위원회) 승인을 거쳐 진행되었으며, 인간 배아는 6일 이상 배양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연구는 자신의 피부세포 하나만으로도 배우자 없이도 자신의 후손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생명공학이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등 복잡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생명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이 기술을 어디까지 사용해야 하는가?”


이 물음은 과학의 범위를 넘어 철학의 영역에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론 — 인간이 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갈 때

이번 연구는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재설계할 수 있는 시대의 문턱에 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경외의 대상이자 동시에 경계의 신호입니다. 우리는 기술의 진보 속에서 ‘생명의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가장 깊은 성찰을 진행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를 포함해서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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