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갈이 치료는 불가능하나, 치아 손상은 줄일 수 있어
자려고 누우면, 오늘의 실수나 아쉬운 점이 자꾸만 떠오른다.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저렇게 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 안에서 반성을 하고 또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미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사실 이갈이 또한 마찬가지다.
낮 동안 잘 물리지 않았던 부분들이 뇌에 저장이 된다. 오른쪽 부분이 잘 안 맞았으니 칼을 갈듯 이를 갈아 잘 맞도록 즉 잘 씹히도록 스스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가는 사람은 없다. 주로 수면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이를 갈게 된다. 특히 피곤할 때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엎드리고 턱을 괴고 다리를 꼬게 된다. 이처럼 우리 치아 또한 나도 모르게 제자리를 벗어난다. 정상적으로 물려있지 않는 것이다. 또 우리 치아는 조금씩 조금씩 움직인다. 즉 치아가 바르게 있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문제는 제 자리를 벗어난 치아들로 인해 치아가 갈려나간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자는 동안 낮아진 치아는 위로 올라가고, 틈이 벌어진 치아는 그 틈을 채우기 위해 이동을 한다.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하듯 치아 또한 자정능력으로 제 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인다. 낮동안 저장된 데이터를 토대로 더 잘 씹기 위해 수면상태에서 열심히 움직인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갈이다.
제 자리를 찾아가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이갈이가 문제 되는 것일까. 이는 치아가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열심히 활동한 뒤엔 으레 휴식을 취해야 회복이 된다. 치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갈이를 하면 낮에도 밤에도 쉼 없이 치아가 움직여 닳는 속도가 빨라진다. 또 불필요한 힘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니 치아가 부러지는 일도 생긴다.
제대로 자리하지 못한 치아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이갈이이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탓에 하나의 치아가 아니라 인접한 치아들도 같이 움직인다. 제 자리에 있던 치아도 함께 소모가 되는 것이다. 또 자는 동안 쉼 없이 이를 갈다 보니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뽀드득뽀드득 갈리는 소리에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수면 또한 망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갈이의 근본적인 치료는 힘들다. 뇌에 저장된 데이터를 인위적으로 바꿔줄 순 없지 않은가.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최선의 치료는 방어다. 이를 갈더라도 이가 손상되지 않도록 장치를 끼워 주는 것이다.
입을 다문 상태에서 턱을 좌우로 움직이는 일은 쉽지 않다. 힘이 가해진다. 그러나 입을 살짝 벌린 상태에서 움직이면 쉽게 잘 움직인다. 이갈이 장치는 이렇게 턱이 쉽게 움직이도록 살짝 공간을 만들어준다. 치아 손상과 턱관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이갈이 장치 스플린트는 치아모다 마모저항력이 약해 치아가 아닌 장치가 대신해 갈리게 된다. 치아가 마모되거나 심할 경우 부러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위아래 모두 착용하거나
어느 한쪽만 끼우도 된다.
스플린트 장치는 일종의 소모품이다. 치아 대신 갈려 장치에 흠집이 남고, 흠집이 생기면 그 흠집을 따라 더 움직임이 심화된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치과에 내원해 수리가 가능한 부분은 수리를 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제작해야 한다.
장치를 낀다 해서 이갈이가 멈추진 않는다. 최선의 치료는 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