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는 나는 아파트 입구의 차단기를 자주 지나간다. 주민인 내게는 환영의 손길을 내미는 것처럼 문을 활짝 열어준다. 나갈 때면 잘 다녀오라고 배웅해주고, 지친 몸으로 들어올 때면 편안한 집에 어서 들어가 쉬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차단기이다.
하지만 때로는 차단기가 거부의 벽이 되기도 한다. 시내를 운전하다 주차장을 찾을 때마다 곳곳에 아파트들이 보인다. 아파트 입구를 가로막는 차단기는 ‘넌 이곳에 들어와 주차 같은 건 해선 안 돼’라는 거부의 메시지를 뿜어낸다. 소속되지 못한 타인이 된 느낌이 든다.
차단기는 안과 밖을 구분짓고, 따뜻함을 주는 ‘우리’와 소속되지 못한 ‘그들’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경계를 만든다. 과연 차단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걸까? 단절시키는 걸까?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
나 또한 차단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겐 따뜻한 손길을 내밀지만 누군가에겐 차가운 타인으로 남는다. 어딘가 소속되어 ‘우리’라 불리고 싶다. 가족, 친구, 모임 등의 경계를 짓는다. 그리고 차단기의 정체성처럼 보호와 단절 그 어딘가에 모호하게 내가 서 있다.
‘우리’라는 경계를 짓고 따뜻함을 받는 것은 필요한 것이나 그 밖에 있는 ‘그들’을 배척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먼저 조금 더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따스한 눈으로 바라봐지지 않을까, 그렇게 각박한 세상이 조금은 부드러워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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