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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May 06. 2022

기억나니? 마시마로 엉덩이 냄새

고도로 발달한 감각 자극은 추억과 구분할 수 없다

마시마로 엉덩이 냄새를 아시나요? 만약 안다면 저와 동년배일 확률이 높겠군요!


 몇 년 전부터 레트로가 대히트를 치고, '라떼는~'이라는 유머가 통하는 이유는 공감에서 비롯된다. 그 시절 그 상황을 똑같이 경험해본 자들이 모여 공감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감은 내부로는 유대감을, 외부로는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단 하나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꽤나 재미있다. 우리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경험한 것도 아닌데, 꼭 그런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냄새에 관한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덟 살 무렵이었다. 어머니께서 책가방에 달고 다니라며 손바닥 크기의 마시마로 인형을 사 주셨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당시 마시마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얗고 보드라운 토끼. 감은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알 수 없는 게슴츠레한 눈과 검은콩 같은 코. 맹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매력 포인트는 엉덩이다. 엉덩이에는 조랭이떡 같은 꼬리가 하나 달려 있는데, 그곳에서 향이 났다. 냄새가 아니라 향. 향긋한 향. 아마 요즘 아이들은 모를 테다. 향기 나는 형광펜과 비슷한 향인 것 같다. 불량식품 포도향, 또는 고급 티슈향. 그것도 아니라면 뿌리는 파스향.


 재미있는 사실은 아직도 몇몇 사람들이 어떤 향을 묘사할 때 ‘마시마로 엉덩이 냄새’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향수 커뮤니티에 모 향수를 치면 꼭 나오는 표현이다. 이 향수는 마시마로 엉덩이 냄새로 향수 마니아 사이에서 이미 유명하다. 추억의 마시마로 엉덩이 냄새, 아니 향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니. 향수의 향을 직접 맡아본 적도 없는데 어떤 향인지 딱 알겠다. 어쩌면 그 향수는 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뜻밖의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향기 하나가 이렇게나 끈끈한 유대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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