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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사카, 그리고 하나코상.

나의 고향이 있음에 감사하며.

by minjinnng

오사카는 나리타에 이어 두번째 일본 방문이었다.


한국과 그리 가까워 여행을 많이들 가는 일본인데, 어쩜 비행으로만 두번째라니 나도 웃기다.

그리 해외 여행에 큰 흥미가 없었던 나인데 일로써 이리저리 정신 없이 다니고 있는 강길동이시다.


사실 아직 일본 내 지역들의 차이를 느끼고 즐길 정도의 여행자는 아니고, 그저 정신 없이 일본의 아기자기함에 감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기억 뿐. 그도 그럴 만 한 것이 두번의 레이오버가 전부이니, 모두 합해도 이틀이다. 하하.


이번 비행은 유독 기억이 남는게... 확실히 사람이 주는 힘이 강력하다.


그 나라의 분위기, 음식, 공간, 쇼핑 등 국가마다 강점이 다르겠다만, 함께 하는 사람이 주는 힘은 어떤 것도 이길 수가 없다. 특히 이번 비행에서 처음 만난 하나코상과 함께 한 시간이었는데 길고 긴 비행도 짧지만 즐거웠던 일본에서의 레이오버도 이 친구 덕에 모두 좋았다. 그냥 이런 처음 사귄 친구 같은 동료 한 명의 존재로 나는 평소에 비해 어마어마한 편안함을 느끼기도, 의지를 하기도 했다.


이 친구도 나와의 시간이 편안했던건지 평소에 잘 털어놓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에는 본인의 엄마가 일본인, 아빠가 네팔 사람이라 혼혈이라고 했었고, 난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비행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마 카타르 도하에서 생활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더니 하나의 솔직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하나코가 이름이지만, 일본의 너무 전형적인 이름이라 본인은 마음에 안든다며 '하나'라고 불리는 걸 좋아한다.)


사실 하나는 네팔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고, 일본인 부모님께 입양되었다는 사실.


하지만 여전히 네팔을 방문하고 가족들과 알고 지낸다고 한다. 본인도 입양 후에 전 가족들과 이렇게 지낸다는 게 쉽지 않다는걸 알아서 일본 부모님께 참 많이 감사하다고 한다. 특히 일본인 어머니께서는 네팔의 문화와 가족들을 절대 잊지말라고, 연락하고 지내고, 가끔 가서 가족도 보고오라고 하신단다.


이런 대화를 하던 와중 하나는 담담하게 풀어놨지만 난 가슴 아팠던 이야기가 있다.


바로 본인은 카타르 도하가 살기 나쁘지 않다는거. 사실은 일본에 있으면서도 본인 집이라고 못 느낀단다.

어딜 가도 본인 고향처럼 느껴지는 나라가 없다고 너무나도 담담하게 털어놓더라.


일본어를 그렇게 잘하고 내 앞에서 모든 통역을 도맡아한 하나가, 언어 장벽이 없는 일본에서도 본인 Home 이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사실 속으론 많이 당황하고 놀랐다.


그런 하나에겐 다국적이 모여 사는 카타르가 나쁘지 않고,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외국인을 만나고 싶단다.


본인은 뼛 속까지 네팔인이 분명한데, 12살이 되었을 때 일본이라는 나라로 입양된 심정이 어떨까. 상상 안된다.

일본에서 3번째 국제 입양아였다는 하나코. 일본 자체에서도 어딜 가나 흔하지 않은 사례이기에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다들 하나를 보면 당연하게 외국인 취급을 하고 이런 환경 탓에 하나는 일본 집 안, 본인 방 안에 있을 때가 아니면 일본 자체는 집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게 참 마음 아팠다.


그런 하나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다음 만남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또 만나고 싶은 친구다. 비행 중에도 기내식 대신 본인이 사온 음식들을 함께 나눠 먹자던 성격 좋은 동갑내기 친구 하나상.


앞으로 이 친구의 삶이 너무 외롭지 않길 -

집이라고 느끼는 공간과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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