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뭇한 빵의 쫄깃한 이야기

말하지 못한 감정이 식기 전에

by 유시우

빵을 굽는 아침엔

항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따라붙는다. 조금 거뭇해졌지만 속은 잘 익은 거무스름한 빵을 보며 문득 내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속은 아주 뜨거운데, 겉은 벌써 단단한 모양새로 식어버린 상태. 그 안에 무슨 말을 품고 있었는지 이제는 잘라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제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기회를 놓쳤다. ‘지금은 너무 늦었겠지’ ‘다시 꺼내기엔 왠지 지구 반대편을 비행한 듯 한 기분으로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핑계들이 발효되었고 결국 말하지 않은 감정은 그냥 그렇게 식어 버렸다.

빵이 오븐에서 꺼낸 직후 가장 향기롭듯 감정도 지금 말해야 가 닿는 것이 있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말도 식은 뒤엔 다시 데울 수는 있지만 그때 그 맛은 아니다.


혼자 주방에 서서

조금 거뭇한 크러스트를 가진 호밀빵을 자른다. 칼이 ‘사삭’ 소리를 내며 지나갈 때 마치 굳은 내 표정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기분이 든다.

속은 다행히 쫄깃하다. 수분도 적당히 잡고 있고 발효도 잘 되었다. 그래 이게 너지. 겉은 거칠어도 속은 아직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닿을 수 있는 상태. 식기 전에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괜찮아”

“그땐 나도 말이 부족했어”

“사실 그날 네 표정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


이 짧은 말들이

어쩌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꿔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바꾸지는 못해도 덜 외롭게 해 줄 수는 있겠지.


말하지 않은 감정은 빵처럼 굳는다. 처음엔 따뜻하고 탄력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질겨지고 딱딱해지고 결국 버려지기도 한다. 나는 말이 느린 사람이다. 무엇이든 마음에서 한번 삭인다. 그래서 자주 늦는다. 하지만 늦게라도 굽는 이 빵처럼 마음도 식지 않게 다루면 충분히 어느 누군가에게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구운 빵에는 한 조각의 용기를 얹는다 잘못된 타이밍에라도 말하겠다고. 어색해도 너무 늦었다고 해도 내 안의 쫄깃함이 사라지기 전에 건네겠다고.


감정도 빵처럼

식기 전에 나눌 때 가장 부드럽다. 너무 오래 놓아두면 잘라도 데워도 처음 그 온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오늘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조금 거뭇해진 겉을 가진 빵 한 조각처럼 조심스레 잘라 건넨다.


괜찮다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이 안은 아직 쫄깃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