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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알하제 Aug 03. 2023

스포츠는 매너다

너랑 치느니 나 집에 갈래

사람은 누구나 가슴 한켠에 아쉬움을 가지고 산다. 나에게는 그것이 어렸을때 팀 스포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지 않은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다. 교육에 열을 올렸던 우리 엄마는 유난히 활동적이었던 날 위해 체육 학원까지 보냈다. 지금이야 체육 학원이 흔하지만 그때만 해도 체육을 무슨 학원까지 가서 하느냐는 분위기었기 때문에, 진귀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학교 체육 수행평가를 연습하고, 농구공 하나를 들고 어떻게 슛을 쏘는지를 가르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기였다. 스포츠라면 응당 스포츠맨십의 정신을 가르치고, 그것을 운동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를 가르쳤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네 교육과정에 그런건 없었다.


그러고 스물 아홉 겨울에 댄스스포츠를 배웠다. 춤을 출때 매너가 중요하다고 초급반 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당연한 일이겠지, 빠르고 박자감 있는 음악에 서로다른 두사람이 호흡을 맞춰야 하니 당연 매너가 중요하다. 춤을 못춰도 같이 즐기고 교감하며 호흡하는 춤을 추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반면 아무리 춤을 잘춰도 가르치려 들거나, 본인의 리드를 강요하는 사람과는 다시는 춤을 추고 싶지 않았다. 신기하지 그저 두손을 맞잡고 박자와 리듬에 맞춰 몸을 조금 움직일 뿐인데 4-5분 만에 그 사람의 성격이 파악이 되었다.


몇년이 흘러 나는 골프를 배웠다. 영국 유학시절에 골프를 못친게 한이 되어 열심히 했지만, 그때만 해도 주변에 골프치는 친구들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라운딩은 배운지 10개월이 다 되어 나갔다. 그동안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 "골프는 매너운동 입니다. 매너가 중요합니다." 여기도 매너다. 필드에서 요청하지 않았는데 레슨이랍시고 훈수질을 하면 안됩니다. 티박스에는 한명씩만, 티샷할때 조용히. 멀리있는 공부터 치기 등등. 초보 골퍼로서는 지켜야 할 매너가 너무 많았다. 아골프도 매너구나 매너가 중요한 운동이구나.


그리고 지금은 테니스를 친다. 테니스는 외국에서는 귀족 스포츠라고 하고, 테니스 후원사 등을 보면 로렉스등 명품등 비싼 브랜드 들이 스폰서가 들어온다. 그런데 내가 테니스를 배우면서, 레슨을 받거나 동호회를 나갔을때 누구도 테니스를 매너운동이다. 매너가 중요하다고 얘기해 준 사람이 없었다. 내가 그런 매너를 배울 정도로 실력이 안 될 수도 있고, 나를 가르쳤던 코치들이나 동호회 회원들 조차 매너를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뼈져리게 느꼈다.


동호회에서 같이 공을 치면 유난히 기분이 안좋아지는 한 사람이 있다. 보통은 테니스를 신나게 치는데, 지나치게 훈수질 하거나, 기분나쁘게 말하거나 공을 치는것. 형용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이렇게 기분 나빠질 수 있나 할 정도로 기분이 안좋아 진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를 피하지만 최근에 동호회에 들어온 한친구가 잘못 걸렸다. 그녀는 얼마 치지도 않았는데 곧잘 공을 네트 넘어로 잘 넘겼었다. 일년 넘게 삽질만 하던 내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있는 그녀였다. 옆 코트에서 그녀와 그가 테니스를 치는데 민망할 정도로 지적질을 해 대는 것이 아닌가. ' 아 공을 보고 왜 달려오는거야' ' 또또또 또 달려오네 가만히좀 있어.' '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공이 멀리 안가지' ' 아니 힘을 그렇게 쓰지 말고 이렇게 하라니까 이러어허케' 그와 공을 치고 나오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운동한 탓에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즐거워 했던 지난 주의 그 모습은 없었다. 어딘가 위축되고, 힘이 없어보였다. 나하고 치면서도 그녀는 얘기했다. ' 죄송해요 제가 못쳐서...' 나는 대답했다. ' 아니에요 처음엔 다 그렇죠, 지난주엔 훨씬 잘쳤는데, 자주나와 치다보면 좋아질 거에요' 화가났다. 그녀는 이제 테니스 라켓을 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도대체 너가 뭐가 되길레, 이렇게 가르치려 들고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녀뿐만 아니라 옆코트에 있던 나 조차도 그 소리를 다 들으면서 기분이 언짢아졌다. 테니스를 배울때는 왜 매너가 중요하다고 얘기를 안할까.


오늘 테니스를 치러 갔다. 다른 날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이래저래 하다보니 그와 칠 차례가 되었다. 내가 얘기했다. ' 나 오늘 많이 쳤어, 이제 집에 갈레' 다른날 같았으면 한창 치고 있었을 8시 반이었다.


차 시동을 걸며 속으로 되뇌었다. '쟤랑 치느니 안치는게 나아'


스포츠는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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