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소소하게 깨달은 것들 7
살아간다는 건
문득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고 3시절,
서로 의지하며 울고 웃던 그 아이.
둘도 없던 내 절친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대학을 간 날 이후부터 조금씩 멀어졌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사라졌다.
돈 씀씀이가 커졌고
이 카드 저 카드로 돌려 막는다는 이야기에
나는 그 아이와 마지막인 줄 모르고 만나던 날,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서점에서 돈 모으는 법에 관한 책을 사서 그 아이에게 주었다.
손이 부끄러워 한참 망설이다가 주었는데
그 친구가 까르르 웃으며
"고마워. 꼭 읽어볼게. 나 생각해 주는 건 역시 너뿐이야."
라며 살짝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날 이후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나는 신규 교사로 경기도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때였다.
중학교 교사가 된 또 다른 친구로부터 뜬금없는 전화가 왔다.
"너 00이 알지?"
"응! 왜?"
"나 걔 봤다!"
"진짜? 잘 살고 있대?"
"아니, 걔...."
전화를 끊고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어째서.
그때 책 따위를 사 줄 게 아니라
소리를 질렀어야 했다.
정신 차리라고!
너 지금 이러다 큰일 난다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전화를 준 아이는
그 아이와 나, 이렇게 동창생이었는데 중학교 교사로 막 발령을 받았다.
친구의 발령지는 도시에서 먼 시골.
거기서 그 아이를 봤다고 했다.
"왜, 이상한 곳 있잖아. 다방인데 이상한 곳. 나 거기서 걔 봤어!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걔 안 보이더라. 다른 곳으로 갔나 봐!"
그렇게 그 친구는 사라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기억에도 사라졌다가
가끔 비애가 가득한 날이 되면
그 친구가 어디선가 잘 살아 있기를 빌어보곤 한다. 나를 위해.
한 가지 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혹시 그 친구를 또 보게 되거든 나 어디에 사는지 절대 알려주지 마!"
나는 분명 중학교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서웠다.
그 친구가 불쑥 나타나
도와 달라고 할까 봐.
그게 나는 참 무서웠다.
어렸어도
친군데
물어봐야지
지금 괜찮은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20년의 시간이 지난 아직도 나는 그 부채감에 시달린다.
그 친구가 어디선가 잘 살아가기를
누구를 위한 기도인지 모르는 기도를 한다.
그녀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사는 건 가끔 억울하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