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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서우 Jun 26. 2023

영화, 빛과 소리의 장벽을 허물다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

배리어프리 영화?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용어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아무런 물리적·심리적 장벽도 느끼지 못하는 이상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운동 내지는 정책과 같은 개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최근 들어 배리어프리는 건축, 교통, 공연 등 다양한 분야 내에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특별히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해 한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본적으로 '모두를 위한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흔히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하면 시각·청각장애인만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을 떠올리기 쉬우나, 사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평범하게 어우러져 다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내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영화 속 화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음성 해설과, 영화 속 대사·음악·효과음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자막 해설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커다란 어려움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배리어프리 상영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혹여 배리어프리 영화를 아직 직접적으로 접해본 경험이 없다면, 아래의 영상을 함께 시청해 보도록 하자.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이해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뭐 좋긴 한데⋯ 굳이 우리까지 봐야 돼?


 '모두를 위한 영화'라는 취지는 분명히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평소 시각 혹은 청각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 음성 해설이나 자막 없이도 영화를 원활히 관람할 수 있는 사람이 굳이 배리어프리 영화를 볼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의문이 드는 것도 커다란 무리는 아니다. 관람자에게 필요 없는 해설이나 자막은 감상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모두를 위한 영화'가 아닌 '장애인만을 위한 영화'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쉽게 씻어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바로 폐쇄형 배리어프리 상영이다. 위에서 보았던 영상과 같이 모두가 동일한 환경에서 일률적으로 음성 해설과 자막을 제공받는 상영 방식을 '개방형' 상영이라고 부르는 한편, '폐쇄형' 상영은 특수 단말기, 안경, 이어폰과 같은 여러 장비를 통해 영화를 보는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그들에게 걸맞은 맞춤형 상영 방식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예컨대 음성 해설이 필요한 관객은 이어폰을 착용하여 해설을 제공받고, 반대로 음성 해설을 원치 않는 관객은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은 채 본인에게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형식인 것이다.


 애석한 일이기는 하나, 물론 현재로서는 이러한 폐쇄형 상영은커녕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하던 개방형 상영의 보편화조차도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갈 길이 다소 멀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모두가 아무런 제약 없이 극장에서 자유로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관객의 입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드는 과정 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완성된 영화에 자막이나 해설만 덧붙이면 되는 건데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한번 우리가 눈을 감거나 귀를 막은 채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도록 하자. 아무리 음성 해설이나 자막이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배리어프리 영화에 사용되는 자막이나 해설을 작성할 때는 관객들에게 영화가 담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혹은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항상 수많은 고민을 기울여야만 한다.



 초보 음성 해설 작가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2017년 영화 <빛나는>은 관객의 입장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자들이 겪는 고충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어떻게 해야 눈이 보이지 않는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적절한 해설을 제공할 수 있을지, 혹시 자신이 쓴 해설에 스며들어 있는 주관적인 해석이 관객들의 감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들에게 영화가 선사하는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해설을 작성하는 일 또한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관객들에게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며 끊임없이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이 있기에, '모두를 위한 영화'는 비로소 우리 곁으로 찾아올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둘 필요가 있겠다.


※ 본문은 문화예술 플랫폼 '아트인사이트'를 통해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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