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기대와 실망 사이

아쉬움으로 남은 영화 속 CG들

by 기서우

이제 막 3월을 지나고 있을 뿐이지만, 2026년 대한민국 극장가 최고의 흥행작은 이미 <왕과 사는 남자>로 굳어지는 듯한 모양새다. 1,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 규모의 흥행을 기록하게 될 것인지가 궁금해질 따름이다. 영화에 대하여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상당한 혹평을 쏟아내는 이들도 모두 적지 않은 편이지만, 개인의 호오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 듯 보인다. 바로 극중 등장하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호랑이의 CG 완성도가 심히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작품의 완성도 혹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하여 활용된 CG가 오히려 관객들의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로서 작용하는 사례는 영화계에서 드물지 않은 편이다. 많은 예산과 시간, 그리고 인력이 요구되는 작업인 만큼, 모든 CG가 항상 영화와 완벽하게 어우러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욕심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관객의 입장에서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왕과 사는 남자> 이전에는 과연 어떤 영화 속 CG들이 우리에게 아쉬운 인상을 남겼을까?



<괴물> (2006)

세계의 영화사를 통틀어 보아도 <괴물>만큼이나 훌륭한 괴수 영화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는 주장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제법 일반적인 중론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이 <괴물>이 괴수 영화계의 클래식과 같은 작품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독창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등장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한강 괴물’의 훌륭한 CG 완성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공개 당시에도 상당한 비용과 인력이 투자된 끝에 완성된 결과물로 알려졌던 ‘한강 괴물’인 만큼, 영화 속에서 한강 일대를 마구 날뛰는 그의 모습에는 개봉 이래 20여 년이 흐른 현시점에서 바라보아도 상당히 자연스러운 수준의 움직임이 담겨 있다. 다만, 이토록 높은 완성도로 구현된 한강 괴물의 CG 묘사에도 아쉬운 오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괴물의 몸에 붙은 불이 마치 괴물의 몸체와 따로 노는 듯 다소간 어색하게 표현된 장면이 극의 말미에 삽입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수생 생물의 물에 젖은 피부 위로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일 경우, 흡사 몸체와 불이 따로 노는 듯 몸의 표면에서만 불이 타오르는 것이 본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철저하게 현실의 원리에 충실했을 뿐인 작업물이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관객들에게 아쉬운 퀄리티의 CG로 잘못 기억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가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스티스 리그> (2017)

제작 도중에 감독이 교체되었던 탓일까. 마찬가지로 히어로 팀업 무비에 해당하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것과는 달리, <저스티스 리그>는 다소간 조악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서 자리 잡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다방면에서 관객들의 혹평을 피할 수 없었던 <저스티스 리그>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많은 수의 히어로가 주역으로서 활약하는 팀업 무비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슈퍼맨’이라는 캐릭터 하나만을 지나치게 완벽한 존재로 묘사한 나머지 다른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적어도 DC 코믹스 기반의 세계관에서 제일 상징적인 캐릭터로서 인식되는 ‘슈퍼맨’의 매력만큼은 가장 확실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어설픈 CG로 인해 시도때도 없이 일그러져 있는 그의 얼굴만 아니었어도 말이다.


당시 슈퍼맨을 연기했던 배우 헨리 카빌은 수염을 짙게 기른 채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촬영에 임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예기치 못하게 <저스티스 리그>의 재촬영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수염을 밀지 못한 채로 슈퍼맨을 다시 연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저스티스 리그> 측에서는 헨리 카빌의 수염을 CG로 한 땀 한 땀 지워내야만 했고, 그 결과 영화 속 슈퍼맨의 얼굴은 인중이나 턱이 이상하게 부어 있는 등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수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과 함께 - 인과 연> (2018)

때로는 그 완성도를 떠나 CG의 존재 자체가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신과 함께 – 인과 연> 내 공룡 등장 장면은 적어도 국내 영화계에서는 그와 유사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의 CG를 자랑하고 있으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던 입장에서는 상당히 뜬금없는 장면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만큼 영화의 내러티브 전반과 아득히 동떨어져 있다.


마치 이야기 구조상 공룡의 등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CG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공룡을 등장시키기 위해 CG를 먼저 구상한 뒤 그 결과물을 이야기 틈새에 적당히 비집어 넣은 것만 같은 모양새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을 듯하다. 기술력의 과시였을 수도, 감독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이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물론 이러한 짐작들은 그저 억측에 불과하고, 이야기를 연출하는 입장에서 정말로 공룡의 등장이 필연적이라고 여겼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다.


어쨌거나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이 공룡의 등장은 뜬금없었다는 감상평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해당 구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장면을 위한 CG’가 아니라 ‘CG를 위한 장면’으로서 인식되었다는 사실은 비교적 자명해 보인다. <신과 함께 – 인과 연>의 CG는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했지만, 훌륭한 이야깃거리의 일부로서 활약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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