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은 한 해에 아홉 번인지 여덟 번인지 자세히는 기억에 없지만 제사를 지냈고,
오빠들이 장가를 가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한 해에 다섯 번으로 제사를 줄였다.
그리고 또 얼마쯤 지나서는 한 해에 네 번으로 제사를 줄였던 기억이 있다.
설 명절, 추석 명절을 포함한 거니 결국엔
한 해에 제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만 지내게 된 셈이다.
물론 지금은 명절 차례 없이 엄마, 아빠 제사만 지내고 있다
......
아무튼 엄마는 제사때 마다 참으로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셨다.
그 때 마다 언니랑 나는 물론 아빠도 함께 제사 음식 준비를 도왔고,
나중에는 새언니들과 함께 엄마를 도왔다.
그런데 엄마는 이 날은 유달리 우리에게 집중하기를 요구하셨다.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담으라고 요구하셨다.
콩나물 꽁다리를 다듬으면서도 무념 무상이 될 만큼 마음을 다하라 했고
탕국에 넣을 무를 썰 때에도...
방앗간에 맡겨둔 떡을 찾으러 심부름 가면서도..
제사상에 올릴 막걸리 사러 가면서도...
제사에 쓸 제기를 꺼내 닦을 때에도...
마당에 빗자루 질을 할 때에도..
제사상에 올릴 밥그릇에 밥을 떠 담을 때에도...
음식을 나를 때에도..
그 어느 한 순간 순간에도 헛으로 하지 말고 온 마음 다해서 하라고 엄마는 얘기했다.
그리고 밤늦은 시각에 제사를 지낼 때면 언제나
엄마는 그 제사상 가장자리에 서서는 두 손을 꼬오옥 모아 잡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셨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매번 우리는 엄마를 보고 웃었고
결국에 엄마에게 웃는다고 반쯤 기운 뺀 야단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뭐랄까!
엄마가 우리에게 늘 마음을 다하라 하면서 엄마는 자꾸만 우리의 집중력을 흩어놓기에 딱 좋은 모습들을 스스는 연출했기에 뭔가 언발런스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내 기억에는 매번 제사상 차리는 날 엄마 덕분에 키득키득 웃으며 즐거웠던 느낌이 함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억은 내가 중학교 때인가 싶기도 하다.
새벽녘에 일어난 어느 하루가 있었는데
엄마가 우물가에 정안수 그릇을 두고 두 손을 꼬오옥 잡고서는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매번 엄마는 그 혼잣말의 중얼거림이란게
내가 반쯤은 알아 들을 정도의 소리였음에 나의 웃음 포인트가 있었지 싶다.
그 중얼거림은 대충 이러했다.
“ 아이고! 아버님, 어머님
우리 새끼 앞날에 어려움이 있어도 잘 이겨내고 버틸 수 있도록 해주시고 잘 되도록 도와 주이소.....
아이구!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새끼 바라는 게 있거들랑 너무 속태우게 하지말고, 기운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쫌 만 서둘러가 도와주이소.....”
엄마의 바램은 참 현실적이게도 기품이 있었다.
기도합니다!
국어 사전 :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절대적 존재에게 빌다.
엄마언어 사전 : 나에게는 너를 향한 되새김이고
너에게는 오롯이 너를 향한 되새김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