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초보

어떻게 해

by 떰띵두

아들 군입대 배웅을 다녀왔다.

배웅 전에 미리부터 건강해라

밥 잘 챙겨 먹어라

좋은 생각만 해라 등등 하고픈 얘기를 풀어내면 잔소리라 할까 하여 미루어 두었다.

배웅 가서 들여보내면서 해야겠다 마음먹었었다.

나름 아들은 입대를 앞두고 두루두루 살펴주었다.

동생과도 함께 놀아주고

엄마와도 짧은 데이트도 즐겨주고

아빠와 소주 한잔까지..

두루두루 가족을 살피고 함께 시간을 나누었다.

그렇지만 입대일 이른 아침 육군 훈련소로 출발할 때부터 아들은 다소 예민해져 있었고 아빠와 나는 아들의 눈치를 살피며 기분 좋은 배웅을 마무리하려 했다.

우스갯소리 몇 마디와 침묵으로 훈련소 입구까지 왔고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오묘한 점심을 식당에서 챙겨 먹고 훈련소 어귀를 살피는데... 날은 이 날따라 왜 이리도 더운 건지 햇볕은 따갑기 거지 없었고 땀은 소리 없이 흥건히 온몸을 적시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사람소리 차소리에 정신은 혼미해지고 신경은 곤두서고 이참에 어린 동생은 형아 기분을 살핀다고 정신없이 조잘대고 까불거리며 장난을 치고 그러니 더욱 예민지수는 치솓고... 그렇지만 너나 할꺼없이 감정을 누르고 평온한 작별 인사를 생각하며 입대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광고성 문구처럼 떠들어대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놓치고 온 아들 준비물을 몇 가지 비싼 값을 치르고 사들였고 이에 아들은 짐이 점점 늘어난다며 짜증을 부린다..

날씨 탓이겠거니 한다.

드디어 연병장으로 모여야 할 시각..

미 적 미 적 거리면 집합장소로 이동했고 그러자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한다..

좀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별 꺼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연병장을 보니 심장이 나대는것이 감당이 안된다..

어쩌면 좋아.. 이제 진짜 작별인가 보다 싶어 울컥해 온다..

목덜미부터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머릿속을 말갛게 비워내고 나대는 심장만 부여잡게 한다.

분주한 상태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깐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확성기를 통해 들려온다.


'큰 목소리로 따라 하십시오!'

'아들아 건강해라!'

...

'아들아 사랑한다'

...

근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또 한 번 확성기를 통해 들려온다.


'큰 목소리로 따라 하십시오!'

'어머니 아버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

'부모님 사랑합니다'

...

근데 아들도 소리가 없다..


그리고는 확성기는 말한다.

'장병들은 이제 연병장으로 나오십시오'


어머 어떻게 해 어떻게

아들아!....

눈물보따리가 터져 버렸다..


아빠! 아빠가 인사 해줘요 라고

서둘러 남편을 잡았더니

남편은 반소매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치기 바빴고 목이 메어 한마디 말도 못 하고 그저 악수 한번 하고서는 연병장으로 걸어가는 아들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면서 눈물만 주루룩 주루룩 감당이 되질 않았다..

서둘러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확대확대확대해서 아들을 찾고 몰입한다.

어떻게 해 한마디도 못했어..

어떻게 해..

저 멀리에 저기 아들이 서 있다..

아들아..아들아..아들아...

짧은 행사를 뒤로하고 부모님들은 퇴장해 달라는 재촉을 받았다.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고개는 뒤를 향하고 퇴장하라는 재촉에 아무 생각 없이 떠밀리듯 훈련소를 나선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마음만 허둥지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남편과 나는 그리고 둘째 어린 아들도 아무 말도 없이 우리는 4시간 30분 동안 그냥 차만 함께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휴게소 한번 들리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집으로 왔다.


오는 동안 한번

오후 4시 41분 아들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심장이 쿵하면서 열어보니


'잘 지내고 있어'


라는 짧은 문자였다.


멋진 놈!


아빠도 나도 또 운다.. 각자 운다.


늦은 저녁 포도주 한 병을 다 마신다.

아빠는 자야겠단다.

나도 자야겠다.

근데 오늘은 모든 것이 각자 해결이다..

그래도 좋다..


아침이 되고서야 남편과 나는 인사를 나눈다.

퇴소식에는 좀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고.

남편은 퉁퉁 부은 눈이 쑥스러운 듯 서둘러 출근준비를 했고 나 역시 오늘 아침은 좀 더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아들! 사랑해, 밥 잘 먹고 좋은 생각 많이 하고 건강히 훈련 잘 받고 퇴소일에 우리 건강하게 만나자.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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