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엽기적인 그녀와 아들

by 모퉁이 돌

왜, 그런 날이 있지 않나요?


설레고 풋풋했던 소설 소나기 같은 순정이

한없이 그리운 그런 날요.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전설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그런 날 말예요.


아들과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았어요.


20년 전 등장한, 그 엽기적인 그녀와

견우의 운명같은 이야기.


2시간 17분의 러닝타임이 쇄한 후에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아들이 묻더군요.


"아빠! 운명이 뭐야?"


순간,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죠.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우연 같은 거 아닐까?"


불을 끄고 같이 누운 이 자리,

여기서 겨우 5리 남짓 떨어진

그 슬프도록 아름다운

눈물 어린 메아리가 스며든 그곳.


아들이 이렇게 말하곤

스르륵 잠이 들었네요.


"아빠, 거기 가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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