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실

수정동에서 부평동까지

by 모퉁이 돌

5월 하고도 23일.

저녁 6시 반 수정동 부산일보 사옥 내 사무실을 나와서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초량동 일본 영사관을 거쳐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을 지났다.


그러고는 부산에 처음 왔을 때

2년간 홀로 지내던 영주동 원룸을 마주했다.

추억의 묘한 잔상 때문일까,

일부러 그 언덕길을 택했다.


걸음을 떼다 보니 동광동이 나왔다.


2년 동안 더 독수공방 하던-

건물주 홍숙 아줌마의 원룸 빌딩과

매일 저녁 배고픔을 달래주던 -

정겨운 호남 아주머니의 단골 식당을

차근차근 눈에 담았다.

걷고 또 걷고

어느새 등짝에 슬 땀이 났다.


동광동 인쇄거리를 스쳐

중앙동 40계단에 이르고선

살짝 템포를 늦췄다.

다시 시나브로 시나브로 움직이니

눈앞에 용두산 타워가 떡 솟아있다.

누가 뭐라 해도

중흥기 부산의 상징 아니겠는가.


거기서부터 우향우!


곰팡이 슨 헌책 향기를 품은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

저녁 숟갈을 뜨고


이런저런 도란도란

이바구를 나누고 작별했다.


화려한 네온사인 사이로 숨어 있는

한 가족의 인생사를 끄집어내어 본 뒤,

금곡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율리역에서 하차해,

지하철로 갈아타고

'집으로 가는 길' 그 마침표를 찍었다.


어쨌든 부산 원도심 마실 속에

순간순간 든 생각,


삶은 늘 고되지만

부산은 늘 옳다!


굿나잇,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