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러브레터 2

햇살 비친 하루

by 모퉁이 돌

고향집은 늘 그렇다.

지금도 아늑하고 푸근해

숙면에 빠져든다.


아침은 상쾌하다.

번잡한 시간을 피해

서둘러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는

묘원 꼭대기로 향했다.

스포트라이트 같은 햇살이

여간 상서롭지 않았다.

차례를 마쳤다.

아들과 딸은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앞에서

재롱을 떤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1학기 무투표 당선에 이어

2학기 1등 당선에 빛나는,

반장 연설을 뽐내 박수갈채를 받는다.

중학교 2학년 딸은

시원한 가을바람의 연주에 맞춰

포카혼타스 OST, 바람의 빛깔을

꾀꼬리처럼 불러댄다.


자리를 파하니

성묘객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다음으로 아버지의 고모,

그러니까 나에겐 고모할머니신데

부모님과 함께 찾아뵈었다.


올해 97세이나

산책도 하시고

노래도 구성지고

유머감각도 훌륭하시다.


장수의 비결을 여쭸다.


항상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꾸준하게 운동하고

평생 냉수는 마시지 않았다 하셨다.


소식하셨지요 하니까

대식가라며 웃으시는데

적게 먹은 지 한참 됐다고 하셨다.


이런저런 풍파가 담긴

고모할머니의 변주곡 같은

인생 스토리를 잘 들었다.


본가로 돌아와

추석상을 즐기며

잠시 잠깐 쉬었다.

그리곤 전날 저녁에

만나지 못한 벗을 만나러

삼천포로 갔다.


내 차에 태워

송포 바닷가 카페로 모셨다.

바다 저 편 마을 이름을

따 온 핫플레이스였다.

구기자! 하고 누가 부른다.


세상 참 좁다.


내가 나온

진주 쪽 고등학교 대선배였다.


지금은 양산 한 고교 국어교사이자

시인, 소설가로 활동 중이시다.

형님 집 오는 길에

가배 한잔 하러 들렀다 하셨다.


시집을 주셨다.


벗과 담소를 나눴다.


파안대소했다.

풍광이 빛났다.


늘 젊다.


우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명절이 주는 선물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볼 날을 기약하며

본가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어머니가 주시는

음식 짐을 한가득 싣고

차를 탔다.


그렇게 다시

나에게 햇살을 비쳐준

고향을 떠났다.


202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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