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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퉁이 돌 Jan 03. 2024

동양의 진주(眞珠)

반갑다, 마닐라!

아들 녀석이 팀장으로 있는

교회 초등 2부 비전트립팀.


나는 인솔교사 중 한 명이 되어

오늘 새벽, 이들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내렸다.


17년 전, 신혼여행으로 세부는 가봤지만

마닐라는 처음이었다.


이 땅을 밟은 우리 아이들만 15명.


동반 부모가 없는 경우

공증서류도 내야 했고

페널티 비용도 지불해야 했다.


입국수속이 제법 까다로웠다.


그 와중에

한때 우리보다 잘 살아

우리를 돕기도 했

필리핀의 옛 영화가 떠올랐다.


동양의 진주(眞珠) 마닐라,

마르코스와 이멜다,

그리고 매니 파퀴아오.


아, 쓰다 보니

두테르테가 빠졌네.


모두 모순의 흥망성쇠,

시대를 대표하는 낱말들 아니랴.


지루한 순간들을 버텨

공항을 빠져나오니

특유의 끈끈한 공기가 살갗에 닿는다.


그나마 다행히

기온은 우리 초가을 날씨 정도였다.


버스를 타고 동이 트는 시각,

어슴푸레 보이기 시작한

버건디풍의 지붕 행렬.


여전히 고매한 필리핀의

자존심이다.


머나이국 땅까지 오느라

어느새 아이들 눈이 퀭해졌다.


베이스캠프에 당도하자마자 

얼른 재웠다.


이른 낮잠을 자고 나면

준비하시라.


결코 가볍지 않을 사명으로

주인공이 될 그대들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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