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어리

by 구미어리

나는 오랫동안 삶을 목적의 연속으로 이해해 왔다.

지금은 과정이고, 언젠가는 결과가 될 것이라 믿었다.

더 나은 상태에 도달하면 비로소 안도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때가 되면 나를 충분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는 늘 임시적인 자리였다.

지금의 나는 완성되기 전의 나였고, 오늘은 통과해야 할 하루에 가까웠다. 의미는 늘 미래에 있었고, 가치는 도착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목적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에도 나는 이미 살아가고 있었고, 그 하루들은 결과를 위한 예비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성공을 기준으로 삶을 판단한다.

이루었는가, 인정받았는가, 남들보다 앞서 있는가. 그러나 그렇게 계산되는 삶은 늘 부족해 보이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기준은 항상 더 멀리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오늘을 다 살았는가. 내 몫의 시간을 성실히 사용했는가. 기쁨과 불안을 포함해 주어진 하루를 회피하지 않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하루는 이미 충만한 것이 아닐까.


충만은 더해지는 상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어디에 도달했는가 보단 지금을 얼마나 온전히 통과했는가에 달려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삶은 더 이상 성적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비교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고 견디고 기뻐하는 시간의 총합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목적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의 가치를 유예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도착하지 못했더라도, 나는 이미 살아냈고,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자체로 나는 충만했다.

노력했고, 기대했고,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걸어왔다.


그러니 내일도

또 하나의 완결된 하루로 살아가면 될 것이다.


어쩌면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선이 아니라, 매일의 점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원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오늘을 다 살아낸 사람에게 내일은 다시 시작일 뿐, 부족함의 증명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더 잘 살기보다, 더 깊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