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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긴가 Apr 17. 2020

언제나 아직 늦지 않았다.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가기엔


이곳 유럽의 시골마을에도 어김없이 코로나는 찾아왔다.

몇 주 전만 해도 한국의 가족들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걱정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일하던 회사는 유럽 셧다운 시작하자마자 무급휴가를 시작하였다.

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월급의 일부는 나오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연한 두려움이 덮쳐왔다.


재택근무한다는, 유급휴가 쓰고 오랜만에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하며 지낸다는 친구들의 연락은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작은 동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며 다른 친구들과 회사의 규모나 복지에 대해서 비교하지 않으며 지내왔는데.

심장이 쿵쾅거린다. 마음이 옥죄여온다.






비교.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게 진짜 내 기준의 행복인지 생각해본 적 없었던 나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완성의 목표를 만들고 나아왔다.


수많은 이들의 예시들을 모아, 비교하며 그중에 좋은 것을 찾아 그것이 정답이라 정한다.

존재하는 많은 예들 중에 뽑아낸 정답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다.

그 덕분에 실패한 적은 없었지만, 예시 없이는 나만의 답을 만든 적 또한 거의 없었다.



모두가 비슷한 삶의 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던 교복 입던 시절을 지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서, 다양한 선택의 변수를 그리며, 그제야 깨닫는다.

남들의 예들을 통해서는 내 삶의 정답을 찾을 수 없음을.

그것이 정답이었든 오답이었든 매 순간 스스로 써 내려간 오롯이 나만의 답들이어야만 했다.

비슷한 듯 보여도 똑같은 삶은 없기에.


나만의 답이 없다는 당혹감과 두려움은 

더더욱 그럴싸한 남들의 반짝이는 완벽한 예를 들고 와 이것이 정답이라 정하며 나를 설득한다.

그리곤 하염없이 그 정답에 나를 맞출 수 없음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모질게 실패자로 여긴다.


그렇게 맞지 않는 그림을 정답이라 정하며 스스로를 미워하던 나날이 하염없이 쌓여가던 어느 날,

그렇게 나는 나를 찾아왔다.



나만의 답을 쓴다는 건. 언제나 아직 늦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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