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

연차 안 쓰면 휴일 없어요

by 구사삼

공공연한 일기장에 단 한 방울의 잉크도 떨어뜨리지 않은 그간의 저에 대한 반성은 없이 시작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기다린 사람 없잖아요! 히히.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제 연휴 시작일 수도 있겠지만 뭐 제 건 완벽하게 끝났어요.

지금부터 54일 뒤에 12월 25일, 올해의 마지막 공휴일이랍니다. 어쩌지 난 아직 더 쉬고 싶은데...


쉬는 동안(노는 동안) 저는 바쁘게 지냈습니다.

노래도 몇 개 쌓아놨고 게임도 질릴 만큼 했습니다.

마크했어요. 주책이죠? 근데 너무 재밌는걸.


정리도 여러 가지로 좀 했습니다.

끊어진 인연도 있고 새로 이어 붙인 인연도 있고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착! 달라붙은 인연도 있고.

역시 어디서 마주했냐 보다 어디로 같이 가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발맞춰 가다 보면 결국엔 도착합디다. 때때로는 지름길 같던 게 구렁텅이고 돌아가는 길 같던 게 꽃구경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되기도 하니까요.

근데 걷는 거 별로 안 좋아하면 그게 그거입니다. 그냥 아무 길로 가세요.


아! 이번엔 가진 걸 버리는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근데 이건 아직 안 끝났어요.

아직도 버리지 못한 옷들과 넣지 못한 책들이 한가득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입은 옷은 버려도 읽은 책을 던지지 못하니 적독의 굴레는 영 벗어나질 못하더라고요.


'내게 영향을 준 이 책을 버리면 또다시 얻지 못할 거야.'


같은 한심한 생각 탓에 지리멸렬에 빠져 결국 책은 정리 포기. 그냥 다이소 박스에 넣고 계절마다 로테이션 돌리는 걸로 나 홀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문의 상신과 결재 모두 본인이기에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마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텀을 줄여봐야겠습니다.

누군가의 생각도 그렇지만 제 생각에도 너무 방치해 둔 게 느껴집니다.

글 쓰는 게 재미 없어졌다기 보단 글 보다 재밌는 게 너무 많으니 글을 쓰는 데에 '시간을 내어'야지만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대놓고 관음하고 대놓고 드러내주세요.

어차피 이건 여러분이 훔쳐보는 제 일기장 아니겠습니까?

훑어보고 씹어 보고 종종 낙서도 하세요.

저는 페이지를 펼친 채로 자리 비울테니까.





작가의 이전글안 젊어 고생도 사서 한다.